"출근도 않더니 뭐 잘했다고 사과도 안하냐…오만한 선관위, 국민과 기싸움 하나"
입력 2022.03.08 05:40
수정 2022.03.07 21:45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 속 출근 안하고, 사과 요구엔 '침묵'…노정희 선관위원장에 '비난 봇물'
시민들 "노정희, 우병우인가? 권위주의적 태도 기가 찬다…선거 빼면 업무도 없는데 관리도 못해"
김세환 사무총장, 국힘 의원들과 면담서 "한 분이 '참관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며 난동" 주장
전문가 "법적 책임 피하려고 특정 유권자의 일탈 행위로 몰아가"…선관위 "확진자도 일반기표소 투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를 대상으로 한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을 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책임론이 거세다. 특히 논란 당일 출근도 안하고 사과 요구도 회피한 노정희 선관위원장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김세환 선관위 사무총장이 유권자의 선거법 준수 요구 항의를 '난동'이라고 표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만방자하고 권위적인 선관위"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확진자 사전투표 논란과 관련해 당장 노정희 선관위원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국 곳곳에서 선거관리 부실 논란이 벌어졌던 지난 5일, 선관위 사무실에 출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소집한 긴급 위원회도 주말이 지난 7일에야 개최됐다. 설상가상으로 노 위원장은 7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 출근길 중 취재진이 '국민께 사과 말씀은 따로 안 하나'고 질문해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비난 여론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이모(32)씨는 "역대급 선관위다. 뿌리 깊은 선민의식이 느껴진다"며 "이번 선거에 대해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하는데도 하지 않는 사람이 선관위 위원장이라니 뒷배가 얼마나 대단하면 저러나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기간 빼면 업무도 없는 것 같은데 대선 투표 하나 제대로 관리 못하냐"고 비꼬았다.
직장인 박모(30)씨도 "최고책임자인 선관위원장이 사전투표로 난리가 났는데도 선관위 사무실에 출근도 하지 않고, 긴급회의라면서 일요일은 쉬고 다음날 회의하러 나와서는 뭐 잘했다고 사과도 제대로 안하냐. 권위주의적인 태도에 기가 찬다"며 "이런 태도로 지탄받은 사람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는데, 이번 선관위원장도 오만방자한 태도가 국민과 기싸움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힐난했다.
앞서 김세환 선관위 사무총장은 지난 5일 국민의힘 의원들과 면담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한 300명 정도가 줄을 서 있었다고 하는데 한 분이 '내가 내 손으로 직접 넣어야지 왜 봉투에 넣어서 그렇게 하느냐, 참관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이렇게 난동이 (시작)되다 보니까 진행이 안 된 것"이라고 주장해 더욱 논란이 됐다. '공직선거법 지키라고 한 국민 보고 난동이라고 표현했느냐"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거듭된 항의에도 김 사무총장은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김 사무총장 간 대화 내용이 공개되자 시민들은 더욱 분개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87년 민주화 이후 선거 관리를 이렇게 후진적으로 해놓고 문제가 생겼으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시민들이 부실 관리에 대해 항의하니 그걸 또 난동이라고 막말을 했다"며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직업이지 국민 위에서 가르치는 직업이 아닌데 정권의 낙하산 인사들이 자리에 있으니 국민이 호구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엘리트 선민의식과 진영논리가 빚어낸 폐단이라고 지적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선관위는 민주주의가 잘 실행되도록 보조하고 심판하는 기구인데, 오히려 선관위 구성원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며 "우리 사회 기득권층은 공개적인 기자회견과 같은 자리에선 잘 표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소한 부분에서 몸에 배어 있는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인식들이 툭 튀어 나온다. 엘리트 선민의식이 결합돼 있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중앙선관위원회 위원장 이하 법적 처벌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다 보니 법적 책임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며 "책임을 피하려면 사건을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특정 유권자의 일탈 행위인 것처럼 최소화하고 몰아가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가 법적으로 위반한 일은 자꾸 없었다고 말하는데 명백한 법 위반이다"며 "기표해서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도록 법에는 명확하게 규정이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평론가는 특히 "선관위원장의 인식이 반영돼 있는데, 위원장이 진영논리로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며 "보수 극우 인사들이 난동을 부린 사건으로 몰고 가야 본인도 정치적으로 보호받기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이 무조건 사과를 해야 되는 사안으로, 현장에 있던 해당 직원들은 죄가 없다. 전적으로 향후 처벌을 받더라도 모든 것이 다 내 책임이라고 가야 하는데 공직자로서 비윤리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7일 확진자 사전투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뒤늦게 내놓았다. 핵심은 대통령선거 본투표일인 오는 9일엔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도 임시기표소가 아닌 일반기표소에서 투표한다는 것이다. 확진·격리자는 오후 6시 일반 선거인들이 투표를 마치고 퇴장하기를 기다렸다가 일반투표소에서 투표하면 된다. 오후 7시 30분까지 투표소에 도착하면 투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