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 법적 근거 없는 그림자 규제"
입력 2022.03.03 13:38
수정 2022.03.03 13:39
"예규 형식의 공정위 규칙, 다른 법령과 상충"
"정부부처 규제 욕구, 밥그릇 싸움…업계 목소리 반영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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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온라인 플랫폼 심사 지침 제정안을 비롯해 각종 부처가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시도하면서, '그림자 규제(보이지 않는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권한을 넘은 정부의 그림자규제, 바람직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온라인 플랫폼 산업계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무분별한 규제를 도입하려는 각 부처의 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 온라인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그림자규제 시도들은 유사 법안들이 국회에서 심의 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해당 부처들이 규제를 독점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 플랫폼 심사 지침 제정안에 대해 집중 논의됐다. 앞서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등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새로운 개념을 창설하고 규율하는 내용이 포함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토론에 앞서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 제정안에 대한 단상 - 연성규범인가 그림자규제인가’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한 후,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위임일탈’과 그림자규제에 대한 비판 - ICT영역을 중심으로’에 대해 발표했다.
홍대식 교수는 "그림자 규제가 되어서도 안 되고 또 그렇게 보여서도 안 된다"며 "공정위의 제정안 시도가 시의 적절한 것이긴 한데 이것을 처음부터 좀 관계부처 간에 어떤 정책 조율을 통해서 나왔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등에 대한 정의를 포함한 법안들의 입법이 준비되는 상황에서 법령 근거가 없는 예규 형식의 공정위 행정규칙에 온라인 플랫폼 정의 규정을 둘 경우 다른 법령과 상충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현경 교수는 "국회 입법 권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행정부의 하위 법령을 적용 받게 된다"며 "행정부에 의한 자의적인 법령 제재 행위가 계속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기준을 검토하고 그 이후에 ICT영역에서 어떤 문제점으로 다가오고 있는 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ICT법령은 빈번한 개편이 이뤄지고 있고 수범자들은 따라가기 힘들다"며 "조직개편을 통해 관할부처가 바뀌면서 여기에 따라가는 것도 비효율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정연아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 변호사는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안) 제정은 법률 체계 정합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연아 변호사는 "공정위는 법의 특별한 위임도 없이 임의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란 사업자군을 창설하고, 공정거래법이나 공정거래법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고시와 완전히 별개의 판단기준을 적용했다"며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일정한 거래행위가 공정거래법 상의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 또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규율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에서 법안으로 온라인 플랫폼 등을 명확히 정의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외적인 구속력이 없는 내부적인 행 정처리 준칙에 불과한 공정위 예규로서 온라인 플랫폼 등을 정의해 버리는 것은 향후 공정위의 공정거래법 관련 법해석의 그릇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계인국 고려대 정부행정학부 교수는 “고시 및 예규 형식으로 가는 것은 행정의 규제 욕구"라며 "새로운 비즈니스가 등장할 때 마다 전세계적으로 먼저 추진하는 규제 이런 방법들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우려된다. 성급한 규제일수록 ‘장식적인 규제’ 아니면 산술적인 규제로 획일화 되는 모습을 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김현경 교수는 “입법부를 비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싶다"며 "스스로의 전문성을 포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정치적 쟁점과 이슈 현안에 매몰돼 전문성을 포기하고 자신들의 역할을 방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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