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소년범을 혐오합니다"→'과연 소년법 폐지가 답?'…'소년심판'의 영리함
입력 2022.03.01 16:42
수정 2022.03.01 16:49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넷플릭스 '소년심판' 예고편 속 소년범들을 재판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의 말이다. 이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대사 한 마디는, 현재 사회의 뜨거운 감자를 건드리는 동시에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기 충분했다.
현재 형법에 따르면 촉법소년 기준 연령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이들은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책임을 지지 않으며 소년법에 따른 보호 처분을 받게 된다. 이들이 어린 시절 저지른 범죄를 무겁게 다루는 대신 반성하고 올바른 삶을 살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연령이 낮아지고, 죄질이 점점 나빠지면서 사회적으로 소년법 폐지와 강력 처벌을 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소년심판'이 영리한 점은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맞춘 예고편을 만들어 관심을 유도해, 본편을 통해 청소년 범죄의 원인을 전방위적으로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정말 소년법 폐지가 답인가'를 물으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소년심판'은 중죄를 짓고 법정에 선 소년범들에 대한 재판과 재판 이후의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다. 공개된 '소년심판'은 소년법을 악용해 경찰을 비웃고 사회를 조롱하는 소년범죄의 문제점을 시작으로, 청소년이 왜 소년범이 되는지, 국가와 사회, 어른들은 소년 보호에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묻는다. 청소년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청소년의 잘못이 없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청소년들의 범죄에 빠질 수 없는 시스템을 지적함과 동시에 결국 범죄를 저지른 건 청소년 본인임을 강조한다.
여기에 이 무게를 소년범 혼자 짊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사회적 기관 역시 함께 느껴야 함을 매 에피소드마다 경고한다.
또 피해자나 가해자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감상에 빠지지 않고 심은석 판사의 관점에서 사건을 합리적으로 중심을 잃지 않고 바라본다. 이에 이런 장르가 쉽게 범할 수 있는 가해자 서사 부여를 통한 범죄 미화를 경계하면서도 '소년심판'이 전달하고자 하는 사회적 함의를 향해 묵직하게 나아갈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실제 사회 뉴스에서 접한 사건들을 재구성해 현실감을 더했다. 인천 연수구 초등생 살인사건, 용인 초등학생 벽돌 투척 사건,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미성년자 무면허 렌터카 교통사고,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등 사회적 공분을 사며 소년 촉법 폐지 갑론을박이 치열했던 사건들이다.
'소년심판'은 끝을 향해가며 '소년범을 혐오'한다는 말을 '소년범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사회 시스템을 혐오한다'는 메시지를 가져가며 지금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건드린다.
전 세계적으로 K 콘텐츠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과는 결이 다르다. 화려한 볼거리나 CG 등 폭발력 있는 요소보다는 군부대 내 폭력 사건을 조명했던 'D.P'처럼 심리와 서사에 초점을 맞춰 사회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놓았다.
홍종찬 감독은 "소년 범죄는 어느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더라.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들이 얽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 녹여낼 때 균형 잡힌 시각을 담으려고 했다. 우리 드라마가 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다. 다양한 시각을 균형감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기획의도를 전한 바 있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소년심판' 리뷰 영상에는 '소년법 폐지'에 관한 각자의 자유로운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이 정도면 '소년심판'의 유도하고 싶었던 담론에 닿은 셈이다.
글로벌 성적도 나쁘지 않다. 28일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소년심판'은 27일 기준 넷플릭스 TV 시리즈 세계 10위에 올랐다. 국가별 순위는 한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베트남·일본·태국 등 5개 국가에서 1위, 대만·싱가포르 2위, 홍콩에서 3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