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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좋은 점은 배우자"…일본인들, '한국 콘텐츠 비하' 받아들이는 시각 변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02.28 13:29
수정 2022.02.28 13:30

스다 마사키 "30대 중반이나 된 배우들이…"

오히려 일본에서 역풍

'한국한테 지고 있지 않다' 주장하는 풍조 생겨나

"30대 중반이나 된 배우들이 전력을 다해 연애물을 하는게 그게 좋은지 나쁜건지를 떠나 '이런거 보고싶지?'하는 느낌으로 제대로 나르시시스트가 돼 연기한다. '그런 걸 해서 팬을 만드는 방법도 있는걸까'라고 생각했다. 아시아스타 같은 것들을 보면"


스다마사키, 야마다 타카유키ⓒ'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첫 키스만 50번째' 스틸 컷

배우 스다 마사키가 최근 일본 후지TV '마츠모 투 나카이 매칭 나이트에 출연해 "왜 일본 여성들은 한국의 러브스토리를 좋아하는데 일본의 러브스토리는 보지 않을까"라는 MC 나카이 마사히로의 질문에 답한 말이다.


또 스다 마사키는 "30대 중반에 그렇게 로맨스 찍는 게 약간 시청자들한테 아부하는 느낌까진 아니지만 뭐랄까 좀..."이라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함께 출연한 야마다 타카유키는 한국 영화, 드라마에 비해 일본 수준이 낮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너무 완벽하지 않은게 좋다고 생각하는거 같다. (한국 드라마를 볼 때) 시청자들이 '이렇게 되는거 아냐? 생각하면 나중에 '내가 말한대로잖아' 이런 것들도 (인기 요인으로) 있다"라며 쉽게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라는 점을 돌려 지적했다.


스다 마사키와 야마다 타키유키의 이런 발언은 한국 배우들은 나이가 먹어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연기를 펼친다는 조롱으로 해석돼 역풍을 맞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 스타'라는 일본은 아시아와 다르다는 뜻을 내포하는 뜻까지 사용했다.


국내에서 스다 마사키와 야마다 타카유키의 발언은 자연스럽게 도마 위에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내에서도 두 배우의 발언이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일본 네티즌들은 "주제 파악을 좀 해라. 내가 다 부끄럽다", "너희들이 그러니까 한국 드라마로 갈아타는 것이다", "야마다는 넷플릭스에서 영화 하나 만든 걸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것처럼 말하는게 충격적이다", "좋은 점은 보고 배울 생각을 해야지 뭐라도 되는 것처럼 평가냐"라고 날 선 비난을 가하고 있다.


일본 배우들이 한국 연예인이나 콘텐츠에 대한 비하 발언은 종종 존재했다. 영화 감독이자 개그맨 기타노 다케시는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는 죄다 일본 것을 베꼈다", "독도를 강탈한 나라의 드라마를 좋아해선 안된다" 등의 비난을 했고 타카오카 소스케는 "후지 TV에 신세를 지고 있지만 계속 보고 있자면 한국 방송인가 싶다. 한국 관련 방송이 나오면 TV를 꺼버린다"라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한국 가수의 팬이라고 밝혔다가 일본 네티즌들에게 비난을 받는 일도 있었다. 일본 모델 와치츠키 치나즈는 빅뱅의 지드래곤 팬이라고 밝힌 후 악플 세례를 받아야 했다. 이같은 사례와 스다 마사키·야마다 타카유키 발언 논란은 과거와 현재 일본 내 한국 대중문화 비하에 대한 온도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이 배경에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완성도와 넷플릭스, 아마존 등 글로벌 OTT가 2015년 일본에서 서비스되면서 더 많은 나라의 콘텐츠를 접하면서 생긴 인식 변화가 깔려있다. 일본 시청자들은 다른 나라의 작품과 자국의 작품을 비교하면서 보기 시작했고, 수출을 고려하지 않고 내수용으로만 제작한 일본의 드라마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일본 시청자들이 자국 작품에 싫증을 내기 시작할 때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에 오르며 전세계 유수의 시상식과 영화제를 휩쓸었고,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아이돌이 됐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46위 전 세계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내 최대 흥행 콘텐츠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여러 분야에서 한국 콘텐츠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특히 한국 드라마를 선호하는 성향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넷플릭스 일본 순위에 따르면 1위 '서른 아홉', 3위 '지금 우리 학교는', 4위 '사랑의 불시착', 5위 '기상청 사람들', 7위 '이태원 클라쓰'는 9위 '그 해 우리는'등 10위권 내 여섯 작품이 올라가 있다. 일본 콘텐츠는 2위 '금붕어 아내', 6위 '나는 솔로', 10위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 세 작품이다.


일본의 한 평론가는 "(일본은) 해외 진출의 의지가 높지 않은 방송국과 배급사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국내 시장에 특화된 콘텐츠만 만들고 있다. 다른 국가와 경쟁할 필요가 없으니, 모든 면에서 퀄리티가 향상 될 리 없다"라며 "다행인건 많은 대중들이 이 부분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콘텐츠 질적 향성이 도움이 되는 순기능이 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한 일본 연예 관계자는 한국 문화가 더 이상 일부 마니아만 아니라 큰 영향력 있는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이라고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한국 콘텐츠가 주목받자 매스컴이나 미디어에서 '일본 작품도 한국한테 지지 않아'라고 크리에이터들이 말해줬으면 하는 분위기를 일부러 조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할리우드에 지지 않는 액션'같은 표현을 많이 써오긴 했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할리우드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의식이 깔려 있었는데, 한국에 대해서는 대항 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라며"특히 '기생충'이나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케이팝 붐 이후로 "솔직히 일본은 영화도 아이돌도 드라마도 전부 한국한테 지고 있다"고 부추기는 여론도 늘어나서, 더 반감을 갖고 '한국한테 지고 있지 않다'라고 주장하는 풍조가 생기는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다른 일본 제작사 관계자는 스다 마사키, 야마다 타카유키의 발언을 '혐한'이라기 보다는 '미소지니'(여성에 대한 혐오나 멸시, 또는 반여성적인 편견)에서 비롯된 반감이라고 바라봤다. 이 제작사 관계자는 "야마다 타카유키나 스다 마사키는 기합 잔뜩 넣고 만든 남자들만의 세계 같은 걸 선호하는 타입이라, 로맨스나 한국 드라마는 여자들이나 아줌마들이나 보는 거고, 뜨거운 남자 간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 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옛날 사고방식에서 업데이트가 안 된 상태인 걸로 보인다"라며 "그런 드라마는 아예 작품성이나 퀄리티 자체가 떨어진다고 여기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반감을 산 거 같다. 특히나 한국은 페미니즘이나 가치관이 일본보다 앞서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두 사람의 발언에 대해 거부감이 들었을 것 같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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