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윤석열 목포 현장서 들어본 전남 민심
입력 2022.02.23 16:58
수정 2022.02.23 17:20
윤석열, 연이틀 호남 찾아 '민심 호소'
보수정당 꿈의 수치 '30% 득표' 목표
목포시민들 "최근 노력하는 것 알아"
"신뢰는 글쎄" vs "분위기 변해" 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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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공략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라남도 목포시를 찾아 집중유세를 진행했다. 통상 득표율 10%를 넘기기 어려웠던 보수정당 후보의 험지에서 30%를 목표로 한 만큼, 현지 민심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유세가 진행된 목포역에는 수백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호남 지역 국민의힘 당원들을 비롯해 타지에서 윤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목포를 찾은 지지자들이 다수였지만, 윤 후보에 관심을 가지고 유세를 지켜보러 온 목포시민도 상당했다.
목포시민들의 기류는 결코 윤 후보에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국민의힘이 지속적으로 호남 민심을 살피는 데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이 같은 행보에 전적으로 신뢰를 보내고 표를 던지는 데 까지는 확신이 안 선다는 기류가 많았다.
현장에서 유세를 지켜보던 55세 남성 박현규 씨는 윤 후보의 호남 공략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최근에 와서 노력하는 건 알겠지만, 지금까지 저 당(국민의힘)에서 얼마나 호남을 욕보이고 막말을 해댔나. 민주화운동에 대해 막말을 했던 인사들 여전히 많이 남아 있지 않나"라며 "개인적으로 별로 신뢰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유세차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서 윤 후보의 사진을 촬영하던 64세 남성 김은중 씨는 "주변에 그냥 보여주려 찍는 것이지 윤 후보가 좋아서 찍는 게 아니다"라며 웃어 보인 후 "보수정당 후보가 이리 당당하게 목포 한복판에서 유세를 하니 세상이 많이 변하긴 했다. 하지만 호남의 뿌리는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으로, 정권을 재창출해 문재인 정권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으면 하는 마음"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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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30대 여성 차 모씨는 "목포역 근처에서 일을 하는데, 일단 대선 후보가 왔다고 해서 구경 나왔다"라며 "목포토박이인데, 지난 대선보다는 확실히 주변 친구들이 국민의힘에 호의적인 것 같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썩 신뢰가 가지 않는다. 선거 때 하는 약속 지키는 정치인이 몇이나 되느냐"고 바라봤다.
단, 차 모씨는 최근 지역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복합쇼핑몰 도입'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의힘과 윤 후보의 손을 들었다.
그는 "솔직히 쇼핑도 하고 데이트도 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이 가까운 거리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라며 "정말 민주당이 반대해 그간 이런 시설들이 들어오지 못한게 맞느냐, 만약 사실이라면 이해가 썩 가지 않는 부분"이라 묻기도 했다.
친구들이 함께 윤 후보를 보러 나온 것으로 보이는 20대 남성 3명은 "호남이고 영남이고 상관 없이 그냥 윤 후보를 지지한다. 이준석 대표가 윤 후보와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좀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호남 지역 20대 대다수가 여러분과 같은 생각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들은 "글쎄, 그렇게까지 얘기하긴 좀..."이라며 "그래도 예전엔 친구들 모임에서 국민의힘 지지한다고 말도 못 꺼내던 것에 비하면 요즘은 당당하게 얘기해도 비난 세례는 안 받는다"고 웃었다.
유세 현장에는 아무래도 정치에 관심이 상당한 시민들이 짬을 내어 찾아오는 편이기에, 목포역에서 조금 벗어나 시내 쪽으로 향해 보았다.
목포 젊음의거리 로데오광장에서 만난 한 40대 여성 남 모씨는 "윤 후보가 목포에 왔나? 알지도 못 하고 있었다"라며 "이 동네 와서 욕이나 안 먹고 가면 다행이겠다. 아직도 이 동네는 민주당이 대세지"라고 전했다.
반면 60대 남성 김용수 씨는 "윤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사람인데도 정권 수사를 열심히 하지 않았나, 여당이든 야당이든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윤 후보가 정파에 휩싸이지 않고 나쁜 사람들을 벌할 것 같아 마음에 든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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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윤 후보는 이날 유세 현장에서 '국민통합'을 키워드로 호남의 지지를 적극 호소했다. 그는 목포가 정치적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돌아보며 연설을 시작했다.
윤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이 1998년 대통령 취임사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수레의 양 쪽 바퀴,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했다"며 "그런데 지난 5년 동안 민주당 정권의 외교, 안보, 경제, 정치 다 보시지 않았나. 이게 김 전 대통령의 DNA가 담긴 민주당이 맞나"라 지적했다.
이어 "지금 이 민주당을 망가뜨린 사람들은 바로 이재명의 민주당을 구성하고 있는 주역들"이라며 "저와 국민의힘은 지금 이재명의 민주당보다 더 '김대중 정신'에 가깝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김대중 정신을 구현하려는 것"이라 외쳤다.
또 "저는 경남의 심장 대구에서 호남이 잘 되는 게 대한민국이 잘 되는 것이고 영남이 잘 되는 것이라 외쳤다"라며 "지금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도 대구가 잘 되는 게 목포가 잘 되는 것이고 대한민국 전체가 잘 되는 것이라고 여러분께 외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윤 후보는 목포시민들을 향해 "이번에는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부패 세력을 확실히 단죄해달라"며 "저와 국민의힘이 정부를 맡아 또 여러분을 실망시킨다면 이 다음에는 여러분의 심판을 달게 받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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