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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넣었다 뺐다"…푸틴 속내는?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2.02.23 04:31
수정 2022.02.22 22:06

돈바스 협정 이행 '지지부진'

반군 지위 인정이 '핵심'

전문가 "협상 계기될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반군 세력에 '독립국' 지위를 부여하며 역내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스스로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으로 일컫는 반군 세력과 우호·상호 원조 조약까지 맺은 푸틴 대통령은 '평화 유지'를 명분으로 병력 진출을 명령하기도 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은 푸틴 대통령 행보에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은 독자 제재까지 도입했지만 추가 대응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러시아가 반군세력에게 '독립국' 지위를 부여하고 원조 조약까지 체결한 만큼, '독립국'의 지원 요청에 따른 평화 유지 명분의 러시아군 투입 자체를 저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평가다.


더욱이 러시아군이 지난 2014년부터 돈바스 지역에 이미 주둔을 해온 터라 푸틴 대통령의 병력 투입 조치를 '침공'으로 규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의 병력 투입 명령과 관련해 "주권적이고 독립국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는 것"이라면서도 "러시아는 이전에도 돈바스 지역에 8년간 주둔해왔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러시아군이 돈바스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주둔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친 러시아 반군 지역인 도네츠크 중심가에서 사람들이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독립을 축하하고 있다. ⓒAP/뉴시스
"전면적 침공 가능성 낮아"


전문가들은 이번 러시아 측의 조치가 미국 포함 서방국가와의 협상 속도를 끌어올리는 사전 포석 성격을 띤다고 평가했다.


강봉구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연구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칼집에서 칼을 넣었다 뺐다 하며 달그락거리는 소리로 역내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면서도 "전면적 침공 가능성은 낮다"고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서 말했다.


강 교수는 러시아 측 조치가 "침공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사전준비라기보다 일종의 무력시위 성격을 띤다"며 "무력시위라는 건 '무력'에 포인트가 있는 게 아니고 '시위'에 포인트가 있다. 민스크 평화 프로세스를 빨리 진행하라는 압박 성격"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과 4자 협의체인 '노르망디 포맷'을 꾸려 민스크 협정에 대한 구체적 행동 계획, '슈타인마이어 공식(steinmeier formula)'을 지난 2019년 도출한 바 있다. 민스크 협정은 돈바스 지역 분쟁을 억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중재하에 지난 2015년 체결한 협정이다.


슈타인마이어 공식에는 민스크 협정에 명시된 '돈바스 지역 특수 지위 인정' 등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있다. 다만 관련국들은 친러 반군세력에 자치 지위를 먼저 부여할지, 무장 해제를 먼저 진행할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지난 2019년 12월 프랑스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부터) 우크라이나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노르망디 포맷'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강 교수는 슈타인마이어 공식이 정교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반군 세력에 어떤 선제적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접경지역 통제 여부가 갈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해당 공식에 합의한 이후 국내에서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며 "지난 3년 동안 민스크 협정 이행을 위한 (슈타인마이어) 공식이 전혀 진전을 못 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이날 조치로 "도리어 협상 국면이 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러시아가 반군 세력에 선제적으로 독립국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지지부진했던 '반군 세력 지위'와 관련한 논의들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인터뷰에서 오는 24일 개최 예정인 미러 외교장관 회담을 예정대로 개최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본격적 줄다리기에 앞서 러시아가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 ⓒAP/뉴시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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