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없는 것들 [김희정의 혜윰]
입력 2022.02.23 07:00
수정 2022.02.23 05:04
윤석열 쏘아 올린 ‘광주 복합쇼핑몰’ 공약
호남 정치적 이용...민주당일까 국힘일까

‘코스트코, 스타필드, 이케아, 쉑쉑버거, 쿠팡와우, 마켓컬리, 워터파크, 5성급 호텔, 래미안아파트...’
최근 인터넷에서 ‘광주에 없는 것들’이라는 게시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인구 145만명에 달하는 광역시에 이렇게나 많은 것들이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놀라워한다. 지난 16일 광주 유세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쏘아 올린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약속이 호남을 넘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광주 복합쇼핑몰 문제를 확산한 것은 국민의힘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이다. 윤 후보가 광주 전통시장에서 복합쇼핑몰 건립을 약속했다며 비난했다. 소상공인을 생각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것이다. 소상공인은 전국 어디에나 있다. 소상공인을 생각한다면 전국 어디에도 복합쇼핑몰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왜 유독 광주만 안되는 것일까. ‘호남 홀대론’이 부각되며 민주당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복합쇼핑몰은 단순히 쇼핑을 하는 공간이 아닌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이다. 무등일보가 지난해 7월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광주시민 81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8%의 응답자가 ‘복합쇼핑몰 적극 유치’에 찬성한다고 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호남 출신 한 의원은 “전통시장과 복합쇼핑몰을 주로 이용하는 수요층이 다르다”며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해야지, 복합쇼핑몰을 아예 못 들어오게 한다는 발상은 구시대적”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아예 한 발 더 나아가 복합쇼핑몰이 없는 것은 광주뿐 아니라 호남 지역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여년간 호남에서 복합쇼핑몰 추진 계획이 무산된 사례를 열거하며 “민주당이 지역에서 표를 상당히 많이 얻는 당임에도 불구하고 지역민의 뜻을 반영하지 않고 일을 처리한 정황이 있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 지시로 호남 다른 숙원 사업들을 조사하고, 이와 관련한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호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국민의힘일까 민주당일까. 광주에는 왜 이렇게 ‘없는 것이 많은 지’, 호남 다른 지역에는 광주에 없는 것이 있는 것인지. 오랫동안 호남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