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北, '핵무기 안 만든다'던 김일성 약속 지켜야"
입력 2022.02.21 16:28
수정 2022.02.21 16:28
북한 핵실험 및 ICBM '도발'
'선을 넘는 신뢰 훼손'으로 규정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1일 북한 당국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던 김일성 전 국가주석의 '약속'을 재확인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통일연구원·국가안보전략연구원·국립외교원이 '남북기본합의서 발효 30년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학술회의 축사에서 "남북기본합의서 정신대로 우리가 합의서 정신을 존중할 수만 있다면, 지금 우리(남북)가 다시 만나 대화·협력의 길로 나가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에 따르면, 김일성 전 주석은 지난 1992년 2월 20일 남북고위급회담에 참여한 양측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북한)에게 핵무기가 없다는 것은 물론, 그것을 만들지도 않고 만들 필요도 없다"며 "우리는 주변의 큰 나라들과 핵 대결을 할 생각이 없다. 더욱이 동족을 말살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심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세월이 흘렀고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면서도 "저는 지금도 해당 언급이 우리 민족 앞에 김일성 주석이 한 약속임을 확인하고 엄숙히 그 약속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북에게 촉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북한이 남북 합의 이행을 강조해온 만큼, 김 전 주석이 생전 언급한 '비핵화 약속' 역시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북한의 군사행동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북한이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했던 '도발'이라는 표현은 삼갔다.
그는 "지금 한반도 정세가 녹록지 않다"며 "평화의 사이클로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만 하는 어려운 고비 앞에 우리는 서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모든 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며 "북한은 연초부터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높여왔다. 그러나 추가적인 미사일의 발사, 특히 일부에서 우려하는 핵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모라토리엄 파기 상황으로 가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전략도발을 '선을 넘는 신뢰 훼손'으로 규정하며 "이(훼손된 신뢰)를 복원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더 큰 난관에 봉착하게 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하는 국제사회와 우리의 노력에도 중대한 도전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무엇을 하고, 또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북측이 오랜 숙고를 끝내고 조속히 대화·협력에 호응해 나올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