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호란 ‘클래지콰이’ 벗은 이유
입력 2008.04.1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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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 저스틴-거정과 함께 그룹 ´이바디´ 결성
지난 2004년 클래지콰이로 가요계에 데뷔, 당시 국내에서는 익숙지 않은 일렉트로니카 장르를 음악팬들과 익숙하도록 하는데 크게 일조한 보컬 호란이 또 한 번 쉽지 않은 음악적 도전을 시도한다.
호란은 ‘이바디’라는 3인조 혼성 그룹을 결성, 대중에게 쉽지 않은 어쿠스틱 음악의 전도사로 나서는 것. 세션계에서 상당한 유명세를 자랑하는 드럼 연주자이자 어쿠스틱 기타리스트 거정과 팝과 재즈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실력파 베이시스트 저스틴 킴이 그녀와 뜻을 함께 하기로 한 새 파트너다.
클래지콰이의 홍일점으로서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어느 정도의 대중적 인지도를 자랑할 수 있게 된 지금, 호란의 새로운 도전은 다소 위험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능력을 보여준 그녀이기에 꽤나 희망적인 결과를 기대하게도 한다.
호란은 노래하는 무대 뿐 아닌 케이블 채널 tvN <리얼스토리 猫(묘)>, EBS <책 읽어 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의 단독 MC를 맡아 다재다능한 끼를 충분히 입증해 보였다. 뮤지션으로 또 연예인으로 한 치의 모자람이 아직은 조금도 발견되지 않은 그녀다.
호란은 이미 스무 살 때부터 소속된 기획사가 있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를 누비는 스타로 클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택한 것은 ´음악´이지 ´인기 가수´가 아니었다. 그래서 ´클래지콰이´의 보컬이 됐고, 또 이제는 ´이바디´라는 신인그룹으로 또 다시 험난한 음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클래지콰이에 합류하기 전부터 어쿠스틱 음악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같은 음악적 고민을 해 온 두 남자를 만났을 때 누구 하나 주저할 것 없이 만장일치로 ´하나‘가 되길 원했죠. 클래지콰이는 모두가 알고 있듯 ´프로젝트´그룹이에요. DJ클래지가 구현하고자 하는 음악 안에서 아주 적절한 악기가 돼주는 것이 알렉스와 나의 역할이었고, 그와 달리 ‘이바디’의 음악은 우리 멤버들 자체죠. 음악 뿐 아닌 모든 것이 다르고 그런 점에서 두 그룹 모두 나에게는 크고 깊은 의미가 있답니다. 겨울 쯤 되면 아마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클래지콰이의 덩어리가 돼있을 거예요.”
´이바디´의 결합은 매우 우연스러우면서도 필연적이었다. 호란은 저스틴, 거정과 같은 소속사 식구다보니 인사할 잦았지만 굳이 친할 필요가 없는 사이었다. 호란은 일렉트로닉 밴드 클래지콰이의 보컬이었고, 거정과 저스틴은 인연을 맺은 지 7~8년 째 어쿠스틱 음악만 함께 파헤쳐대고 있었다. 애초 같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아니다보니 만나면 ´눈인사´ 정도만 하는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어느 날 연습실에서 혼자 기타 연주를 하며 노래하는 호란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그 순간 반해버렸죠. ‘클래지콰이’ 보컬로 보여준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죠. 전혀 다른 어쿠스틱 음악을 너무도 잘 소화해내는 능력을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한 다음부터 ´눈독´을 들이게 됐고, 말도 트고 지내는 사이로 발전할 수 있었어요.”(거정)
“두 분(거정, 저스틴)의 작업실이 제 합주실 바로 옆이었어요. 어느 날 호기심에 몰래 들어가 봤는데 그 안에는 제가 평소 가장 즐겨듣는 공연 CD와 DVD가 가득했어요. 깜짝 놀라기도 했고, 저와 비슷한 음악적 성향을 가졌다는 걸 알게 돼 무척 반갑기도 했죠.”(호란)
서로가 비슷한 음악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은 급속도로 친해졌고, 결국 회사 측에 ´우리가 한 밴드가 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놓게 됐다. 이들 개개인의 음악적 성향을 충분히 알고 있는 회사 측은 당연히 맞장구를 쳤고, 이에 드디어 ´이바디´란 그룹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너무도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 한 덩어리가 된 호란은 전혀 다른 취향의 사람들이 만난 ‘클래지콰이’에서 음악을 하며 느낀 재미와는 또 다른 흥분감에 흠뻑 취해있었다. 거정과 저스틴 역시 유능한 보컬이자 다양한 매력 발산으로 대중의 시선을 가득 끌고 있는 호란과 음악적 동지가 된 것에 대해 몹시 신이 나 있었다.
“대중과 다르지 않게 호란을 지적이면서도 강한 느낌(?)의 소유자 정도로 생각했죠. 멋지긴 하지만 대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그런데 알고 보니 내숭은 아예 없고 지나칠 정도로 털털한 성격이더라고요. 너무나 편안했죠. 앨범을 작업하는 와중에는 우리(오빠)들을 배려하면서도 무척 열성적으로 임하는 모습이 더욱 큰 매력으로 다가왔고, 이성으로 본다면? 글쎄, 누구에게 적극 소개해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암튼 음악적 동료이자 동생으로는 최고라고 자랑하고 싶네요.”(거정)
호란이 두 남자를 택한 이유는 물을 것도 없었다. 답은 간단했다. 최고의 안성맞춤형 조합이라는 것. 평소 그토록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었던 ´어쿠스틱 음악´에 푹 빠져있는 유능한 뮤지션을 드디어 발견했으니, 그들의 존재는 호란에게 구세주와도 같았다.
그룹 ´이바디´가 가진 이름의 의미는 ´잔치´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잔치를 벌이고 싶은 마음에 짓게 된 이름이다. 그런데 어린 나이도 아니고, 강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것도 아닌 대중적 요소가 꽤나 결여돼 보이는 어쿠스틱 팝 밴드 ´이바디´가 과연 대중들과 흥겨운 잔치를 벌일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 저스틴은 "앨범 판매 대박을 기대하는 것이 너무나 힘든 요즘 가요계에서 ´이바디´의 음악이 스스로도 조금 염려스러웠던 점은 있다. 그래서 곡 선택을 할 때 대중의 입장을 충분히 생각하고 감안했다"고 입을 연 뒤 “그런데 힘든 환경을 탓할 것도 아니지 싶다. 누군가가 ´소장가치가 있을만한 앨범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오직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온갖 애를 썼다"며 당당한 자신감의 답을 했다.
´이바디´를 통해 신인으로 다시 돌아간 호란의 자신감도 예상보다 더욱 대단했다.
“주변에 ´진짜´ 음악을 하는 훌륭한 뮤지션들이 너무 많았고, 그 덕에 내가 내 음악을 고집할 줄 아는 가수가 될 수 있었어요. 나의 자신감이란 ´클래지콰이´가, 그리고 내가 예전보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돼 생겨난 것이 아니에요. 오래전부터 갈망해온 음악을 꿈으로 두지 않고 실제로 해나가기 시작한 지금의 내가 대견스럽고 만족스러운 거죠. 이바디의 목표는 ´부귀영화´가 아닙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고 구현하는 것이 실상 너무나 어렵더라도 오래토록 최선을 다해보자는 것이 목표죠. 이것이 ´이바디´가 이미 자신감이 충분히 넘쳐날 수 있는 이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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