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중국과 일본의 저급한 행태
입력 2022.02.12 13:06
수정 2022.02.12 13:08
일부 일본 매체들이, 베이징 올림픽 선수촌 음식에 대해 한국 선수단만 불만이라며 꼬집는 듯한 보도를 내놓는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아사히신문 계열 주간지 아에라는 “한국 선수단을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에서 선수촌 식사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며 "일본 기자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일본 선수들은 '전혀 불만 없고 음식도 맛있다. 한국 선수단이 음식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놀랐다'고 했다"고 전했다.
도쿄스포츠는 "(선수촌 식사가 한국 선수단)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중국이나 중국 요리를 매도하는 것은 문제 돼도 이상하지 않다"라고 보도했다. 뭔가 한국이 굉장히 까탈스럽게 다른 나라 음식을 깎아내리는 것처럼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보도들이 말이 안 되는 것은 맛은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맛있다고 느끼건 맛없다고 느끼건 각자의 자유인 것이고, 크게 보면 문화적 차이이기도 하다. 기름기가 많이 들어가는 중국요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느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건 맞고 틀리고, 우월하고 열등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입맛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것이다. 음식 대접을 할 때는 상대방 입맛에 맞춰서 요리를 내는 게 당연하다. 그 부분이 미흡해서 다른 나라 선수단이 밥 문제를 자기들 입맛에 맞게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할 일이다. 양식이 있다면 상대방의 편의를 봐주려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일부 일본 매체들은 입맛이 다른 게 불경죄라도 되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물론 한 선수가 중국인은 요리를 못하는 것 같다고 한 표현에 뮨제가 있긴 했는데, 그것과 더불어서 입맛이 안 맞는 사안까지 싸잡아 트집 잡는 게 문제다. 여기에 일부 일본 누리꾼들이 동조한다.
문화를 바라보는 저열한 시각이다. 입맛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틀림으로만 바라보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와 관계 깊은 대국인데, 이런 저급한 시각이 나오는 건 우려할 일이다.
거기다가 사실관계까지 왜곡했다. 사실은 베이징 선수촌 음식이 입맛에 안 맞는다는 이야기가 여러 나라에서 나왔다. 예를 들어 미국 CNN은 베이징 올림픽 시설 식당 음식의 질이 떨어진다고 보도했다. 이런데도 다른 나라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무시하고 마치 한국만 까탈스럽게 군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이다. 한국을 때리려는 의도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일부 중국 누리꾼들도 저급한 시선을 드러냈다. 한국 선수단이 중국 음식을 몰라보고 트집을 잡는다는 식의 반응들이 나왔다고 한다. 일본이나 중국이나 일각에서 나타나는 저급한 시선이 사람을 기함하게 할 지경이다.
일부 중국 누리꾼들의 저열함은 황대헌 선수 금메달 직후에도 나타났다. 황 선수의 SNS에 수많은 중국 누리꾼들이 악성댓글로 도배를 한 것이다. 쇼트트랙 판정 항의에 대한 복수라고 추정된다. 이유야 어찌됐건 남의 나라 선수가 열심히 경기해서 우승을 했는데 굳이 그 선수 SNS를 찾아서 비난하는 그 심리를 이해하기가 힘들다. 황대헌 선수가 금메달 따는 과정에서 중국선수와 특별히 경합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건 그만큼 중국 누리꾼들의 애국주의가 우악스럽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신들의 위신에 티끌만큼이라도 흠을 낸 상대에 대해 참지를 못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그 상대가 한국이라면 더 공분한다. 한국처럼 작은 나라가 중국에 맞상대한 것을 더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일부 중국 누리꾼들은 황 선수 SNS에 "한국은 소국이고 중국은 대국이다"라는 댓글까지 달았다. 소국이니 납작 엎드리라는 식의 생각은 설사 마음속으로 할 순 있어도 그걸 대놓고 말할 순 없다. 너무나 몰상식하고 저열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문제를 지적하려면 대의에 입각해서 잘잘못을 논증해야지 국가의 크기로 압박해선 안 된다. 그런데도 일부 중국 누리꾼은 대놓고 대국 운운하며 한국 측을 비난한다.
이런 행태를 우악스럽다는 말 이외에 다른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중국의 일각이 보여주는 모습이 일본 이상으로 저급한 것이다. 중국의 국력이 일본을 추월하기까지 했는데 국격은 도무지 올라갈 줄을 모른다. 우리 옆의 이웃들이 너무 무개념인데 너무 힘만 세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