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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피해 인과성 인정되지 않아도 지원금 준다고요? 몇 명이나 받은 줄 아시나요?"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2.02.10 04:10
수정 2022.02.10 11:27

김두경 코백회 회장 "코로나 사망자 장례비 주면서 백신 사망자는 사실상 없어"

이상반응 '사망' 신고 1339명·인과성 인정 사망자 2명 뿐…"대통령 말 들은 국민만 바보"

인과성 불충분 사례도 지원한다고 홍보하지만…유족 "적용 범위 적고 지급 사례도 13건 뿐"

질병청 관계자 "다른 원인 가능성 크다는 근거로 제외…지원 확대, 어려운 상황"

서울 중구 청계광장 앞에 설치된 코백회 합동분향소 ⓒ데일리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지원책과 백신접종 이후 사망 및 부작용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책이 형평성에 어긋나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피해 보상과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정부가 인정하는 인과성 기준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높아 지원과 보상이 제한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8일 서울 중구 코로나19백신피해자합동분향소에서 만난 김두경 코로나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회장은 "코로나19 사망자들은 신청만 해도 장례비용을 1000만원까지 받는 반면, 정부 방역정책에 열심히 참여했다가 부작용으로 사망하거나 중증 환자가 된 피해자에게는 인과성을 인정해주지 않아 사실상 지원이 전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뒤 사지마비가 된 김모(25)씨의 아버지이다.


실제로 감염병관리법 제47조·49조 등에 따라 정부는 화장 등 감염방지 조치를 따라준 코로나19 사망자 유족에게 위로금 성격의 장례비를 1000만원을 지원한다. 또 의료기관, 장례식장에게도 전파방지비용으로 3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백신접종 이후 사망하거나, 중증 이상반응이 나타난 이들에게도 접종 인과성이 인정되면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질병청)은 지난해 예방접종피해 국가보상제도를 마련해 사망일시보상금은 최대 4억 3700만여원을 지급하고, 중증 장애일시보상금도 최대 사망보상금의 100%, 경증장애보상금도 55%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질병청이 현재까지 백신의 인과성을 인정한 사망자는 2명, 중증 환자는 5명에 그친다. 지난 3일 기준 백신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사망사례는 1339건, 주요이상반응(중환자실 입원 등) 사례는 1만3685건이다.


김 회장은 "인과성 인정 사례가 0.003%도 안되다 보니 접종 이후 사망해도 장례비조차 제대로 지원받은 사람이 없다"며 "코로나 환자들에겐 자가격리, 치료 등을 다 안내하고 신경쓰면서, 대통령 말만 믿고 국가 정책을 따랐다가 백신 부작용을 입은 국민들은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 지침 ⓒ질병관리청

비슷한 지적이 잇따르자 질병청은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은 환자와 사망자에게도 각각 최대 3000만원 의료비, 5000만원의 사망 위로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예방접종 피해보상 심의 기준을 총 5가지로 분류하는데, ①인과성이 명백한 경우 ②인과성에 개연성이 있는 경우 ③인과성에 가능성이 있는 경우 ④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 ⑤명확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이다. 그간 정부는 ①~③까지만 인과성을 인정해 피해보상을 해왔는데, ④번으로 분류된 환자·사망자에게도 의료비, 사망위로금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지원은 ④번으로 분류된 이들 중에서도 '백신 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경우'는 지원 받기가 더욱 어렵고 사실상 지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근거 자료가 불충분한 경우 보다 몇 배나 더 많은 현실이지만 지원이 전무하다 보니 피해자 가족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만 가고 있다.


지난해 8월 얀센 접종 이후 숨진 이모(31)씨의 아버지 이모(69)씨는 "기저질환도 없고 건강하던 아들이 접종 6일 만에 숨졌지만 심의기준 상 '백신 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경우'에 해당돼 지원 받지 못했다"며 "이런 경우가 현실에서는 워낙 많지만 사실상 지원은 전무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씨는 그러면서 "의료비, 사망 위로금이 조속히 지원돼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최모(59)씨도 "지난해 4월 화이자 1차 접종 이후 어머니가 의사소통이 안될 정도로 중증 환자가 되셨는데, 지금까지 치료비, 간병비에만 1억원이 넘게 들었다"며 "의료비가 재난 수준인데 의료비 지원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20일 화이자 2차 접종 이후 두달 여 만에 세상을 떠난 장지영(19)군의 아버지 장성철(51)씨도 "정부에서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아도 지원금을 준다고 하니 '국민들은 백신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겠구나' 싶겠지만, 사망자 위로금을 받은 사람은 단 13명 뿐"이라며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대책을 가지고 홍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피해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보건소에서 한 의료인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소분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와 관련해 질병청 관계자는 "신규 백신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고 해외에서도 백신과 이상반응 인과성에 대한 판단이 각기 다르다 보니 좀 더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관련 기준을 둔 것"이라며 "백신안정성평가위원회 등에서 해외 사례 등을 적극 참고해 우리나라 국민의 기저질환 발생률, 평균 사망 원인 등을 계속 분석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예방접종대응추진단 관계자도 "현재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시는 대다수 분들이 '백신 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다른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근거를 토대로 지원 대상은 아니라고 결정했다"며 "현재로서는 위로금, 의료비 지원 대상을 해당 경우까지 확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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