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놀란 편파 반전쇼에 세계가 성토…ISU "항의 못한다"
입력 2022.02.08 12:57
수정 2022.02.08 13:04
중국 선수들과 관중들도 비디오 판독 후 바뀐 판정에 놀라
피해국 한국·헝가리 외 일본 등 다른 국가도 "편파" 의혹 제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의 쇼트트랙은 중국인들도 놀라게 '반전쇼'에 가깝다.
“스치기만 해도 실격될 수 있다”는 곽윤기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의 주심을 맡은 영국 출신 피터 워스(66) ISU 심판위원은 비디오 판독을 통해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을 여러 차례 내렸고, 그에 따른 모든 수혜는 중국이 고스란히 입었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황대헌은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펼쳐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에서 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비디오 판독 후 납득하기 어려운 실격 판정을 받아 탈락했다.
황대헌이 1위 자리를 뺏는 과정에서 레인 변경을 늦게 했다는 판정이다. 리원룽은 홀로 중심을 잃었고, 오히려 황대헌이 앞서나가는 과정에서 리원룽이 손을 썼다.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으로 황대헌은 실격 처리됐고, 중국 런쯔웨이와 리원룽이 결승에 진출했다.
황대헌 실격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준결승 2조에서 출발한 이준서는 안정적인 레이스 끝에 2위로 골인했다. 이번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나왔다. 비디오 판독 후 심판은 이준서가 헝가리 사오린 산도르 류와 접촉 과정에서 레인 변경 반칙을 했다는 판정을 내렸다. 환호하며 골인한 이준서는 탈락하고, 우다징이 2위로 결승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황대헌-이준서가 모호한 판정의 희생양이 되면서 중국 선수 2명이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 오른 중국 선수들은 다시 한 번 석연치 않은 비디오 판독 끝에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부끄러운 메달을 목에 건 중국 선수들도 뒤바뀐 판정에 놀란 눈치다. 육성응원 금지 상황에서 “짜요”를 외치던 중국 관중들도 반전에 놀라며 환호했다.
한국선수단은 8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남자 1000m 준결승 판정에 대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홍근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은 “우리 국민의 열망, 빼앗겨 버린 선수들의 4년간 피땀 흘린 부분에 대한 강력히 항의하고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혼성계주 2000m에서 터치를 하지 않고도 레이스를 인정받은 이른바 ‘블루투스 터치’에 대 경쟁했던 미국 대표팀과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대표팀은 파이널B 참가를 거부하며 판정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은 데 이어 남자 쇼트랙 1000m에서 벌어진 상황에 개탄했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베이징동계올림픽 판정이 주최국 중국에 지나치게 편파적이라고 불평하는 선수들로 가득하다”고 전했고, 일본 도쿄스포츠는 “노골적인 편파판정은 국제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사올린 샨도르 류(헝가리) 1000m 결승에서 1위로 들어오고도 비디오 판독 후 금메달을 빼앗긴 상황을 지켜본 헝가리 매체도 “희생자는 헝가리만이 아니다. 황대헌과 이준서가 레인변경을 이유로 실격당했다”고 상세하게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나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남자 쇼트트랙 1000m 판정에 대해 “항의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ISU는 8일 성명을 통해 전날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남자1000m 준결승과 결승에서 나온 판정과 관련해 "7일 경기 판정에 대해 주심에게 한국 대표팀과 헝가리 대표팀의 이의 제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연맹 규정에 근거해 심판은 해당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경기 규칙 위반에 따른 실격 여부에 대한 심판의 판정에는 항의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명백한 중국 선수들의 파울 장면을 놓친 것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이 없었다. 중국을 위한 쇼트트랙 반전쇼 앞에서 피땀 흘리며 쇼트트랙 시상대만 바라봤던 선수들과 그들을 통해 환희와 감동을 꿈꿨던 팬들은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