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 없었다'는 이재명 측 해명 설득력 떨어지는 이유
입력 2022.02.03 13:02
수정 2022.02.03 13:03
이재명 카드로 장남 병원비 결제
배씨 "사모님이 초밥 올려달라 그랬다"
대리처방 약품 포장해 집 앞에 배달
정황 수두룩한데…李 "직원의 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에 대한 '과잉의전' 논란과 관련해 여권은 해당 공무원의 충성심에 의한 독단적 지시였다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다. 각종 심부름을 지시한 전 경기도청 5급 공무원 배소현 씨는 "어느 누구의 지시도 없었다"고 입장문을 냈다. 하지만 정황상 김씨의 지시가 없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상당수다.
일례로 지난해 6월 경기도청 7급 공무원 A씨는 배씨 지시로 이 후보 장남의 퇴원 수속을 대리 처리하면서 이 후보 명의의 신용카드로 병원비를 결제했다. 또한 영수증과 처방 약, 신분증, 카드 등을 이 후보 자택 경비실에 맡기고 인증 사진까지 찍어 보냈다. 퇴원 날짜부터 결제까지 이 후보 부부의 지시가 없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또한 A씨는 음식배달과 이 후보 부부의 속옷 정리까지 했는데, 이 가운데는 김씨가 지시한 간접증거도 나왔다. 지난해 6월 16일 A씨와 배씨가 나눈 텔레그램 대화를 살펴보면, 배씨는 "사모님(김씨)이 내일 초밥을 올려달라고 그랬다. 그거 점심때 올릴까 어떻게 할까"라고 말한다.
특히 배씨 본인이 복용하기 위해 호르몬제 대리처방을 지시한 것이라는 해명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사모님께 올린다며 약을 담을 예쁜 봉투까지 구하게 한 뒤 이 후보 자택 앞에 걸어두게 하고 그 뒤 몰래 약을 훔쳤다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필요했다면 배씨가 처방을 받아 복용하면 될 일을 복잡하게 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김씨의 직접 지시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 근거해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박찬대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2일 CBS 라디오에서 "의약품에 대한 대리수령은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없었다"며 "(대리처방은) 배씨와 A씨 사이에 있었던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친여 방송인 김어준 씨는 "김씨가 그 일을 시켰다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어설픈 해명, 사태 더욱 악화시킬 것"
폐경기 여성이 복용할 호르몬제를 가임기 여성인 배씨가 복용했다는 해명도 여전히 석연치 않다. 이를 감안한 듯 민주당 선대위는 이날 공지를 통해 "배씨는 과거 임신을 위해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었다"며 "생리불순, 우울증 등 폐경 증세를 보여 결국 임신을 포기하고 치료를 위해 호르몬제를 복용했다"고 했다.
이 후보도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저의 배우자도 문제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며 일단 '관리책임'만 인정했다.
정치권에서는 어설픈 해명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하루 이틀 벌어진 일도 아니고, 예를 들어 직원들이 식사를 가져다 놓으면 정상적인 공직자의 배우자라면 오히려 제지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해오다가 문제가 되니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하면 누가 믿겠느냐"고 했다. 이어 "이 후보 본인이 강조해왔던 청렴과 도정 성과 등에 정반대되는 문제기 때문에 여파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논리적 일관성, 사태 확산 차단 여부, 중도층과 상대편 설득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보면 해명과 사과가 추상적"이라며 "이 후보가 감사청구를 한다고 했는데, 잘 아는 사이인 배씨에게 물어보면 될 것을 감사기관에게 밝혀보라는 식이어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권력의 사유화 문제뿐만 아니라 거짓말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황상 김혜경 씨가 몰랐다는 것도 믿기 어려운데 '직원의 일'이라는 해명은 안 하느니만 못한 해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해명은 이 후보를 지지하며 선거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을 위축시키고, 지지층을 이완시키는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