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ICK] 전혜진, 강인함 뒤에 감춰졌던 섬세한 얼굴
입력 2022.01.28 09:25
수정 2022.01.28 09:25
힐링 드라마 ‘엉클’에서 보여준 새로운 매력
‘힐링 드라마’로 호평받고 있는 ‘엉클’에서 그간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던 배우 전혜진도 숨겨뒀던 착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애틋한 가족애와 은근히 설레는 멜로 감성까지,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다양한 매력들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TV조선 드라마 ‘엉클’은 누나 준희(전혜진 분)의 이혼으로 얼결에 초딩 조카 지후(이경훈 분)를 떠맡은 뮤지션 삼촌 준혁(오정세 분)의 이야기를 드라마다. 12년 만에 만나 한 지붕 아래 살게 된 오합지졸 가족이 고군분투하며 생존하는 과정을 유쾌한 분위기로 담고 있다.
동명의 영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엉클’은 B급 감성의 코미디가 강조됐던 원작과 달리, 때로는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유발하지만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함께 성장하는 ‘가족 이야기’로 보편성을 확보했다. 이에 ‘착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으며 시청률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첫 방송 2.2%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지난 14회에서 수도권 10.5%를 돌파했다.
그 중심에는 누나 때문에 멀어졌던 뮤지션의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가족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주는 준혁의 존재가 있다. 갑자기 나타난 누나와 조카의 존재가 성가실 때도 있지만, 특유의 유쾌하고 능청스러운 면모로 극 분위기를 책임진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존재가 준혁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가족과 이웃들이다. 준혁과 티키타카 케미를 형성 중인 조카 지후(이경훈 분)부터 누나 준희(전혜진 분)과 이 가족의 든든한 조력자 경일(이상우 분), 유라(황우슬혜 분)까지. 함께 연대해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문제의 중심에는 준혁의 누나 준희가 있다. 어린 시절 조실부모하고 동생 준혁을 혼자 돌볼 만큼 당찬 인물이지만, 결혼 이후 불행한 삶을 살다 준혁과 멀어졌다. 아들 지후를 지키기 위해 이혼을 한 이후에는 알코올 중독을 앓기도 했다. 그럼에도 결국 지후를 위해 다시 일어서고, 신화자(송옥숙 분)에게 당당하게 맞서며 한 편의 뭉클한 성장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이 다채로운 면모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입체감을 살리는 전혜진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얼굴들을 보여주고 있다. ‘엉클’ 전까지만 해도 ‘전혜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카리스마 있고, 무게감을 갖춘 형사였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서 경찰청 테러대응센터 팀장 박정민 시작으로 이후 영화 ‘희생부활자’, ‘불한당’, ‘뺑반’, 드라마 ‘비밀의 숲’ 등 5편 이상의 작품에서 형사를 연기하며 ‘형사 전문 배우’라고 불리기도 했다. 혹은 영화 ‘비스트’의 마약 브로커처럼 주로 캐릭터성이 짙은 역할을 연기하던 전혜진이 ‘엉클’에서는 현실에 발을 딛고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동생의 가수 데뷔 기회를 무산시키고, 무려 10여 년 만에 나타난 준희는 자칫 잘못하면 비호감 캐릭터로 비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긴 위기에 지친 인간적인 모습부터 동생 준혁과 아들 지후를 향한 애틋한 가족애, 결정적인 순간 보여주는 강인한 의지까지. 전혜진은 준희의 복잡한 속내를 디테일하게 표현하며 캐릭터를 향한 이해도를 높였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꿋꿋하게 일하고, 퇴근 후에는 아이와의 달콤한 시간을 보내며 힘을 내는 여느 워킹맘의 일상도 현실감 있게 표현해내며 공감도를 높이기도 한다.
경일과의 멜로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각자의 상처가 깊은 인물들인 만큼 정통 멜로드라마처럼 애절한 사랑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보듬으며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담담하지만, 애틋하게 그려내 설렘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 과정들을 통해 그간 전혜진에게서 볼 수 없었던 섬세함을 목격하게 하기도 한다.
현실감 가득한 엄마의 모습부터 상대 배우와의 섬세한 멜로까지. ‘걸크러시’로만 표현되던 전혜진의 이미지를 다양한 매력들로 넓히고 있다. ‘엉클’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전혜진이 또 어떤 작품으로 놀라움을 유발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