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 축구 완성에 투톱까지’ 벤투가 정말 달라졌다
입력 2022.01.28 00:01
수정 2022.01.28 00:01
레바논전 맞춤형 카드로 황의조·조규성 투톱 대성공
전술적 유연함까지 더하며 월드컵 최종예선 순항
많은 비난 속에서도 뚝심 있게 밀어붙이며 축구대표팀에 완벽한 ‘빌드업 축구’를 이식시킨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번에는 다양한 전술을 선보이며 또 한 번 눈길을 사로잡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 오후(이하 한국시각) 레바논 시돈의 시립경기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7차전 원정 경기에서 전반 46분 터진 조규성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5승 2무(승점 17)를 기록한 한국은 최종예선서 7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한 경기를 덜 치른 이란(승점 16·5승 1무)을 제치고 A조 1위로 올라섰다.
28일 0시 경기를 치르는 3위 아랍에미리트(승점 6)가 시리아전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한국은 남은 3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최소 조 2위를 확보하면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다.
벤투 감독은 이날 황의조(보르도)와 조규성(김천 상무) 투톱 카드를 꺼내들었다. 황의조가 빠졌던 지난 21일 몰도바와 평가전에서 조규성과 김건희(수원 삼성)를 투톱으로 내세우는 전술을 시험했지만 최종예선에서도 가져갈지는 의문이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원톱에 기반한 4-2-3-1 전술을 가장 많이 활용했다. 상대가 약할 경우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 명이 아닌 한 명만 배치할 때도 있었지만 원톱을 기반으로 하는 전술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한동안 벤투 감독은 황의조를 원톱으로 두는 포메이션을 꾸준히 활용했고, 한 때 전술이 단조롭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최종예선에서 순항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날 레바논전에서는 몰도바전에서 시험했던 투톱 카드를 다시 한 번 꺼내들었다. 레바논의 밀집수비를 뚫기 위한 맞춤형 전술이었다.
유럽파 황의조가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조규성이 백업 역할을 부여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투톱으로 선발 출전시키며 공존가능성을 시험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스타일이 다른 두 선수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레바논 문전을 위협했다. 피지컬이 좋고 공중볼 경합에서 강점을 보인 조규성이 상대 수비와 경기 내내 맞붙었고, 황의조가 빈공간으로 쇄도해 들어가며 좋은 기회를 잡았다.
경기 내내 위협적인 모습을 보인 두 선수는 전반 46분 결승골을 합작하기도 했다. 왼쪽 측면으로 이동한 황의조가 김진수의 패스를 받아 지체 없이 문전으로 왼발 크로스를 올린 것을 쇄도하던 조규성이 오른발로 가볍게 방향을 바꿔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또한 벤투 감독은 이날 이례적으로 교체카드를 단 한 장도 사용하지 않아 눈길을 사로잡았다. 선수들의 체력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떨어졌지만 대표팀이 계속해서 경기를 주도하며 좋은 분위기를 가져가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벤투 감독의 뚝심과 전술적 유연함이 조화를 이루면서 한국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