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없는 현대차 초소형 SUV, 유럽서 '타이고 킬러' 급부상
입력 2022.01.15 06:00
수정 2022.01.14 12:13
현대차 유럽 전략 모델 베이온, 독일 유력 매체들로부터 호평
폭스바겐 타이고, 닛산 쥬크, 오펠 크로스랜드 제치고 최고 평가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유럽에서 출시한 초소형 SUV가 현지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유럽 현지 매체들은 이 차에 동급 최고 평가를 내렸다. 국내 출시가 예정된 폭스바겐 타이고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차는 국내에 출시되지 않는 유럽 현지 특화모델이다.
주인공은 현대차 베이온이다. 15일 현대차에 따르면 베이온은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Auto Bild)와 아우토자이퉁(Autozeitung)이 각각 실시한 비교 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획득하며 유럽에서 가장 치열한 시장 중 하나인 초소형 코로스오버카 분야에서 이변을 일으켰다.
베이온이 최고 평가를 받은 게 이변인 것은 이 시장의 맹주들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타이고와 닛산 쥬크, 오펠 크로스랜드가 유럽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차지하는 차종들이다.
이들은 모두 유럽을 안방으로 두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의 타이고는 물론, 닛산 쥬크도 얼라이언스를 맺고 있는 프랑스 르노를 통해 팔린다. 크로스랜드를 만드는 오펠도 프랑스 PSA에 흡수된 상태다. 현대차 베이온이 이들을 제치고 최고 평가를 받은 것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것과 다름없다.
베이온은 유럽 시장에서 B세그먼트에 해당된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 세그먼트는 매우 인기가 높다. B세그먼트 내에서도 초소형 크로스오버카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조사 업체인 카세일즈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유럽 크로스오버카 시장은 전년 대비 40% 성장한 117만대 규모를 형성했다. 유럽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하는 비중은 18.1%에 달했다.
전통적인 볼륨 시장인 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현지 브랜드들의 구력(?)도 상당하다. 신규 진입 업체가 진입하기 까다로운 시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6월 출시된 베이온이 터줏대감들을 제치고 최고 평가를 받았으니 이변으로 불릴 만 하다.
아우토 빌트는 베이온, 타이고, 쥬크를 컴포트, 파워트레인, 환경, 비용, 바디, 주행 다이내믹, 커넥티드 카 등의 항목으로 평가했다. 베이온은 7개 항목 중 컴포트, 파워트레인, 환경, 비용에서 1위에 올랐으며, 나머지 3개 항목에서도 2위에 오르며 종합 순위 1위에 등극할 수 있었다.
컴포트 항목에서 아우토 빌트는 베이온의 시트와 서스펜션을 칭찬했다. “베이온의 시트 포지션은 훌륭하며 적당히 편안하다. 무엇보다 안락하게 튜닝돼 부드러운 주행감을 선보이는 서스펜션이 매력적”이라고 평했다. 반면, 타이고와 쥬크에 대해서는 각각 “주행감이 뻣뻣하다”, “스포티함에 초점을 맞춰 승차감이 불편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베이온은 파워트레인 항목에서도 “엔진 시동이 부드럽고 강력하게 작동하며 회전력 또한 우수하다. 그 결과, 가속 성능이 3개 모델 중 가장 뛰어나며 연비까지 가장 훌륭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반대로 아우토 빌트는 타이고의 엔진에 대해 “활력 있지만 가속 시 지체 현상이 발생한다”는 의견을 남겼고, 쥬크의 엔진에는 “저회전대에선 활기차지만 엔진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힘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베이온은 환경 항목에서도 아우토 빌트로부터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세부 부문에서의 평가는 세 대 모두 비슷했다. 하지만 베이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57g/km로 가장 적고(타이고와 쥬크는 각각 170g/km, 162g/km),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친환경 성능이 우수하다는 점이 좋은 점수를 받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비용 항목에서는 베이온의 가격이 타이고에 이어 두 번째로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5년 보증 기간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베이온은 바디, 주행 다이내믹, 커넥티드 카 항목에서는 2위를 기록했지만, 1위인 타이고 못지 않은 호평을 받았다.
바디 항목에서는 “베이온의 실내 공간이 세 대 중 가장 넓다. 실내 레이아웃이 뛰어나고 조화로운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신 베이온의 트렁크 공간이 좁다는 점을 지적했다. 48V 배터리를 트렁크 하단에 탑재한 탓에 기본형 베이온 대비 용량이 77ℓ나 줄어 334ℓ에 그친 점을 언급했다.
주행 다이내믹 항목에서 베이온은 가볍고 직결감이 높은 스티어링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커넥티드 카 항목에서는 내비게이션을 포함해 각종 인포테인먼트 장비를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인정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베이온은 아우토 빌트의 비교 평가에서 800점 만점 중 518점을 획득하며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컴포트(105점), 파워트레인(82점), 환경(50점), 비용(58점)에서 1위에 오르며 많은 점수를 획득했고, 2위를 기록한 바디(92점), 주행 다이내믹(78점), 커넥티드 카(53점)서도 적지 않은 점수를 쌓은 게 주효했다.
아우토 빌트는 종합 심사평에서 “베이온은 대담한 디자인과 모던한 기술 및 우수한 주행감을 갖춘 자동차다. 특히 넓은 실내 공간, 안락한 주행 성능, 다양한 편의장비와 5년 보증기간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남겼다.
아우토자이퉁의 비교 평가 방식은 아우토 빌트와 다소 달랐다. 평가 항목은 주행 다이내믹, 환경 및 비용, 바디, 주행 컴포트, 파워트레인 등 5가지로 구분됐으며, 결과에서도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베이온은 주행 다이내믹, 환경 및 비용 항목에서 타이고와 크로스랜드를 앞섰으며, 바디, 주행 컴포트, 파워트레인에서는 2위에 올랐다.
아우토자이퉁은 좁은 트렁크와 상대적으로 낮은 최고속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에서 베이온을 높게 평가했다
주행 다이내믹 항목에서 아우토자이퉁은 베이온의 뛰어난 핸들링과 슬라럼 성능에 주목하며 타이고와 크로스랜드보다 높은 점수를 줬다. 주행 성능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진 두 독일산 초소형 크로스오버카보다 베이온의 핸들링과 슬라럼 점수가 높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베이온은 제동거리에서도 우수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타이어 예열이 되지 않은 냉간 상태에서 유일하게 34m대인 34.9m를 기록하기도 했다.
환경 및 비용에서는 베이온의 가격, 풍부한 기본 장비, 긴 보증 기간 등이 돋보였다. 베이온의 가격은 다른 두 대에 비해 낮았지만 여러 편의 및 안전장비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인포테인먼트 장비가 우수하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베이온은 아우토자이퉁의 나머지 세 개 항목에서 2위를 기록했지만, 1위와의 점수 차이는 1~6점에 불과했다. 베이온이 바디 항목에서 1위를 한 타이고에 1점 뒤진 이유는 48V 배터리 탑재로 인해 줄어든 트렁크 공간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우토자이퉁은 바디 항목에서 베이온의 넓은 실내 공간과 각종 기능의 조작 용이성에 대해 칭찬했다. “앞뒤 공간이 넉넉하고 한눈에 들어오는 실내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베이온의 각종 기능들은 주행 중에도 주의력을 잃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편의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주행 컴포트 항목에서 베이온은 타이고보다 7점 낮은 점수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둘의 차이는 서스펜션 튜닝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베이온은 다른 부분에서 타이고를 앞서거나 비슷한 점수를 획득하며 안락함에서도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예컨대 아우토자이퉁은 베이온의 시트에 대해 “앞뒤 시트가 매우 안락하다. 크기가 넉넉하고 착좌감이 편안하며, 뒤쪽 시트의 포지션도 훌륭하다”고 평했다.
파워트레인 항목에서 베이온은 크로스랜드와 경합했다. 결과적으로 베이온은 2위에 머물렀지만, 부드럽고 조용하게 작동하는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그리고 절도감 있고 정확한 변속감을 갖춘 6단 수동변속기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아우토자이퉁은 가벼운 무게에 힘입어 달성한 베이온의 뛰어난 100km/h 가속 성능을 높게 평가했다.
베이온은 아우토자이퉁의 비교에서도 모든 항목에 걸쳐 우수한 평가를 이끌어내며 정상에 등극했다. 1위를 기록한 주행 다이내믹(647점), 환경 및 비용(436점)에서의 점수를 비롯해 바디(577점), 주행 컴포트(664점), 파워트레인(615점)에서 점수를 더하며 베이온은 5000점 만점 중 2939점을 획득했다.
아우토자이퉁은 “베이온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합리적인 가격에 많은 것을 제공한다. 주행감은 안락하고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바탕으로 가속 성능이 뛰어나다. 그리고 각종 기능을 사용하기가 쉽다”는 종합 심사평을 남겼다.
베이온의 제원은 전장 4180mm, 전폭 1775mm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종 중 현대차 베뉴보다 살짝 길고 넓은 차체를 가졌다. 전장과 전폭은 베뉴보다 길고 넓지만 전고(1490mm)는 베뉴(1585mm)보다 낮다. 뭉툭한 박스 형태의 베뉴와 달리 날렵하게 빠졌다.
전면부는 현대차 코나와 패밀리룩을 형성한 모습이지만 한층 날렵하고 직선적 디자인 요소가 많이 가미됐다. 얼핏 보기에 기아의 디자인 성향이 일부 가미된 듯해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부메랑 모양 리어램프를 장착한 뒷모습은 기아 스포티지의 앞모습을 보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엔진은 1.0ℓ 터보 GDi를 기본으로, 여기에 48V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결합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과 1.2ℓ MPi 엔진 장착 모델까지 3개 라인업으로 구성된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을 만한 디자인이지만 당장 국내 출시 계획은 없다. 이미 코나와 베뉴가 있는 상황에서 소형 SUV 라인업을 추가하기엔 판매간섭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최근 경형 SUV 캐스퍼까지 출시된 상태라 베이온까지 추가되면 소형 이하 SUV 라인업 구성이 더 복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