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벽 와르르' 광주 화정 아이파크…"전부 철거 후 다시 공사?"
입력 2022.01.12 10:42
수정 2022.01.12 11:00
11월 입주였는데…예비입주자들 "불안해서 어떻게 사나"
광주시, HDC현산 모든 현장 '공사 중지 명령'
건설업계 "동절기 충분한 양생 없이 무리하게 작업한 듯"
지난 11일 오후 3시47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건설 중인 39층 높이의 초고층 아이파크 단지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1명이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고 작업자 6명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12일 광주시는 HDC현산이 광주에서 진행 중인 모든 건축현자에 대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사고방지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시장이 직접 본부장을 맡아 지역 내 모든 건축·건설현장 안전 현황을 일제 점검한단 방침이다.
정부도 이번 사고와 관련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현장에 국토부 기술정책과장, 익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관, 국토안전관리원 등 전문가를 급파해 현장을 수습하고 현재 사고 경위·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명확한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중앙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 및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고가 난 화정현대아이파크는 지하 4층~지상 39층, 7개동, 847가구 규모 주상복합단지로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지난 2019년 1순위 청약 당시 433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2만9261명이 몰리며 평균 67.5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전용 84㎡D타입에는 31가구 모집에 3335명이 접수, 108.06대 1이라는 세 자릿수 경쟁률을 나타냈다.
광주지역 내 초고층 아파트 시대를 열었다며 관심을 모았으나 지난해 학동 재개발현장 붕괴사고에 이어 또다시 HDC현산 현장에서 사고가 일어나면서 예비입주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한다.
이곳 단지 예비입주자들은 "무서워서 저길 어떻게 들어가냐", "입주 후에 사고가 났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나머지 동은 안전하다는 보장이 있냐"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이번 사고를 두고 업계 안팎으론 인재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동절기 한파로 하부층 콘크리트 양생이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됐을 수 있다"며 "조사 결과가 나와야 겠지만 상부층 시공으로 하중이 늘면서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외벽이 차례대로 뜯어져 수직 낙하해 층층마다 외력이 더해져 붕괴된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고 했다.
이어 "콘크리트는 접속부가 굉장히 취약해 적어도 사고발생 동은 전면 철거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입주예정자들의 불안감이나 반발이 상당해 최악의 경우 인접한 다른 동까지 철거하고 재건축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HDC현산의 피해도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주 소재 지역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학동 철거현장 건물 붕괴로 광주시에서 HDC현산 현장을 집중관리한 바 있다"며 "이후 여러 차례 공사 중단과 민원이 이어지면서 공기를 맞추기 힘들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파트의 경우 옥탑 골조공사 완료 후 약 10개월은 여유가 있어야 무난하게 준공 후 입주가 가능한데 HDC현산은 옥탑은커녕 기준층 골조공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공기 손실을 만회하고 향후 입주 지연으로 패널티가 발생하는 걸 막고자 무리하게 공사 추진한 것이 시공관리 부실로 이어진 것 같다"고 판단했다.
한편 유병규 HDC현산 대표는 이날 사고현장 소방청 사고대책본부 인근에서 "저희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실종자분들과 가족분들, 광주 시민들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유 대표는 "실종자 수색, 구조와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한 안전 확보 대책을 수립하고 앞으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향후 수사기관의 조사와 사고원인 규명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