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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가 단일화 말할 자격 있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2.01.12 07:00
수정 2022.01.11 15:36

2017년 대선 안철수와 정권 헌납 책임 공유한 완주 후보

安 이번 단일화 수용, 지지율 15% 이하 머물 경우 불가피

국민의힘 윤석열,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해 11월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2차 전당대회에서 단상에 올라 자리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안 후보에게 꼭 전해 달라. 2017년 대선 상황을 다시 만들 생각은 하지 말라.”

보수 제1 야당 대선 후보 경선 탈락자 홍준표가 중도보수 후보 안철수의 국민의당 의원 권은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안철수에게 예전처럼 완주해서 정권교체 망치지 말고 국민의힘 후보 윤석열과 반드시 단일화를 이루라는 뜻일 것이리라.


이 충고 또는 경고를 전해 받은 안철수의 반응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때 홍준표 당신은 어떻게 했나? ‘후보 단일화는 안철수가 양보한다면 생각이나 해볼까 나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그가 사퇴하지 않으면 나는 끝까지 간다’는 입장 아니었던가?”

5년 전 선거에서 당선된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불과 41.08%였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당 정권 재창출 후보 이재명이 어쩌다 한 번씩 기록하고 있는 최대 지지율에서 살짝 많은 수준이다. 박근혜를 내쫓은 ‘촛불 혁명’을 감안할 때 진보좌파의 최고 결집률이 목소리는 무지 크나 실상은 이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러므로 중도와 보수우파 후보가 45%의 지지만 확실히 얻어내면 정권교체는 큰 어려움이 없다는 얘기다. 단, 한 사람이 이 득표를 해야 한다. 두 야권 후보의 합이 45~55% 되어봐야 말짱 꽝이다. 여당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준다.


홍준표가 말하는 지난 대선이 꼭 그 모양으로 끝났다. 2~4위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24.03%, 국민의당 안철수 21.41%, 바른정당 유승민 6.76%. 劉는 빼고 洪과 安만 단일화를 이뤘어도 45.44%로 文에게 4.36% 포인트 앞서 이길 수 있었다.


그렇게 됐을 경우 위선과 무능의 586 운동권 정부 5년은 탄생조차 못했다. 윤석열은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하지 못한다면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홍준표와 안철수, 그리고 유승민까지도 이미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洪은 뭐라고 말하고 있는가? 안철수 때문에 단일화가 안 돼 문재인 정권이 생긴 것이라는 듯 安 탓만 한다. 3등과 간발의 차로 2등한 후보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은 없다. 자신이 정말로 ‘촛불 정권’의 앞날을 내다보는 예지력과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애국심이 올발랐다면 안철수에게 단일화 제의를 먼저 하며 압박했어야만 했다. 그는 사실 보수 유권자들의 막판 결집 전에는 지지율이 10%도 못 되는 3등 후보였다.


당시엔 촛불 탄핵의 당연한 전리품 수거자는 민주당 후보라는 패배주의가 만연했다. 홍준표는 처음부터 지고 들어간 그 대선을 완주하고 2등이라도 한 것에 만족, 악전고투하며 전통 야당을 지킨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투의 공치사를 기회 있을 때마다 해온 인물이다.


공치사(功致辭, 남을 위하여 수고한 것을 생색내며 스스로 자랑함) 대신 비판을 받아야 하는데도 말이다. 비판의 정도를 따지자면 득표율이 더 낮았던 안철수가 더 많이 받아야겠지만, 오십보백보다.


두 사람은 2017년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나온 게 아니라 문재인에게 승리를 헌납하기 위해 출마한 셈이었다. 부화뇌동(附和雷同)과 기회주의로 박근혜 축출에 적극 동조하거나 방관하다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촛불 후보의 어부지리(漁夫之利) 결과가 뻔한데도 단일화의 단 자 한번 크게 소리 지르지 않고 무력하게(뻔뻔스럽게) 2등과 3등 성적표를 받을 수는 없었다. 안철수는 ‘촛불 세력’(중도좌파) 눈치를 보며 단일화를 거부했고, 홍준표는 보수 세력의 몰표로 이기는 기적을 바라며 단일화에 소극적이었다.


3월 9일 대선을 두 달도 안 남기고 있는 현재 윤석열에게서 빠진 지지율은 안철수에게로 거의 옮겨 가 있다.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들은 둘의 지지율 합계가 50% 선에 이른다.


요 며칠 새 “단일화는 없다”라고 기고만장하는 안철수가 설 전까지 지지율 20%에 육박한다면, 윤석열과 3강을 이뤄 그가 자기에게 양보하지 않는 한 완주한다는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그에게 정권교체는 경선 불복자 홍준표와 마찬가지로 절체절명(絶體絶命)의 과제가 아니다. 오직 대통령이다.


반면, 그의 철새와 철수(撤收) 이력, 정체성과 카리스마 부족 같은 약점이 부각되면서 민주당 쪽의 견제 공격이 본격화, 지지율이 10% 아래로 다시 내려갈 경우 단일화 압박을 피하기는 어렵다. 2012년, 2017년에 이은 세 번째 오판은 그의 정치적 미래를 없애게 될 것이다.


윤석열에게 전체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는 위험하다. 홍준표와의 당내 경선에서 혹독하게 당했듯이 역선택(여권 지지자들의 보다 더 쉬운 야권 후보로의 여론조사 응답)을 무릅쓰고 이겨야만 하니 매우 힘겹다.


현재 압도적으로 안철수가 우위를 보이고 있는 단일화 후보 적합도는 바로 이 역선택이 반영된 결과다. 이재명 지지자들이 윤석열보다는 안철수가 덜 버겁다고 보아서다. 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호남 지역 지지자들의 安 선호도는 尹에 비해 30~40% 포인트나 높다.


안철수는 단일화가 이뤄진 다음에 보자는 게 저들의 심산이다. 윤석열이 사라지고 난 다음 그를 맘먹고 난도질하기 시작하면 그의 신기루는 한 순간에 걷힐 것이라는 마타도어 선수들의 장담이 들리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은 사퇴 시한까지 안철수와의 단일화 없이는 정권교체가 어려운 상황에 이를 경우 역선택 허용 단일화 여론조사를 받아들이면서 정면 돌파하게 될 것이다. 그는 홍준표도 안철수도 아니기 때문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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