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방송 뷰] 멀어졌던 ‘시월드’…‘하이퍼리얼리즘’ 입고 다시 부활
입력 2022.01.11 09:04
수정 2022.01.11 09:05
‘며느라기2’, 시즌1이어 사실적인 ‘시월드’ 묘사로 호평
한때는 가족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것이 고부 갈등이었다. 시집살이를 강요하는 못된 시어머니와 착한 며느리의 이야기로 분노와 공감을 동시에 유발하곤 했다. 물론 지금도 이 갈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며느리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의 드라마가 묘사하는 것처럼 당하기만 하는 며느리 캐릭터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막장 드라마 혹은 장년층을 겨냥하는 아침, 주말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고난을 강화하고, ‘욕하면서’ 보는 맛을 살리기 위한 장치로 고부 갈등이 주로 활용이 됐었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자주 등장하지는 않는다. 현재 방송 중인 불륜 치정극 JTBC ‘공작도시’에서는 고부 갈등이 권력 다툼으로 확장됐다. 성진가(家)의 실세 서한숙(김미숙 분)은 며느리 윤재희(수애 분)를 마땅치 않아 하는 시어머니로 등장하고 있지만, 이에 맞서는 윤재희도 만만치는 않다. 서로를 견제하며 음모를 꾸미는 두 사람의 모습을 가족 간 갈등으로만 보기는 힘든 것이다. KBS2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에서는 아직 시어머니가 되지는 않았지만, 곧 시어머니가 될 왕대란(차화연 분)이 허당기 가득한 모습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젊은 층을 겨냥한 콘텐츠들이 ‘시월드’를 다시금 소환하고 있다. 카카오TV를 통해 부활한 ‘NEW 사랑과 전쟁’과, 마찬가지로 카카오TV를 통해 공개 중인 오리지널 드라마 ‘며느라기2’가 그 예다.
평범한 며느리 민사린(박하선 분)이 동갑내기 남편 무구영(권율 분)을 만나 시월드에 입성하면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은 ‘며느라기’는 지난해 11월 시즌1이 공개된 이후 시청자들의 뜨거운 공감을 유발했었다. 시부모님부터 시누이 눈치까지 보고 있는데, 상황 파악 못하는 무딘 남편 때문에 서러움이 쌓이는 민사린의은 여느 드라마가 묘사한 며느리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를 과장되지 않게 담담하게 포착하며 현실감을 쌓는다.
특히 일차원적인 갈등이 아닌, 인물들의 다양한 고민들을 아울렀다. 가부장적인 문화를 당연하게 여겨 온 시어머니 박기동(문희경 분)과 시아버지 무남천(김종구 분)을 향한 이해는 물론, 마이웨이 행보로 오히려 시어머니를 화나게 만드는 정혜린(백은혜 분)의 존재 등 저마다의 사정을 가진 인물들의 속내를 섬세하게 그려 이해도를 높인 것. 여기에 명절과 제사, 시어머니 생일 등 매회 새롭지만, 공감 가는 에피소드로 현실감을 더하기도 했다.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 드라마라고 불릴 만큼 현실적인 이야기들로 시월드를 막장이 아닌, ‘공감의 매개’로 활용한 것이다.
‘NEW 사랑과 전쟁’도 과장된 에피소드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녹여내며 젊은 층의 관심을 이끌었다. 고부 갈등이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도 딩크부부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슬기로운 딩크 생활을 위한 팁까지 함께 제시하며 공감을 유발했다. 이 외에도 ‘처월드’ 문제와 독박 육아 문제 등 현실 속 부부들이 겪을 법한 다양한 갈등들을 함께 담아내며 극적인 재미보다는 현실성에 방점을 찍었다.
중소기업 직장인들의 애환을 다룬 웹드라마 ‘좋좋소’ 시리즈를 비롯해 군필자들의 공감을 자아낸 넷플릭스 시리즈 ‘D.P.’(디피) 등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공감이 가서 웃다가도 나의 일이 생각나 씁쓸하게 만드는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것이다. 시월드 또한 다르지 않았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가족 갈등 소재가 섬세한 접근과 디테일한 묘사를 바탕으로 젊은 층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