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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돌’ 성과 무너뜨리는 함량 미달자들의 ‘노양심’ 행보 [장수정의 장담]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1.09 07:31 수정 2022.01.08 21:31

‘설강화’ 지수·‘학교2021’ 김요한

아쉬운 연기력으로 혹평

가수와 연기자 활동을 병행하는 아이돌을 일컫어 ‘연기돌’이라고 부른다. 한때는 인지도를 이용해 ‘쉽게’ 데뷔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실력까지 갖춘 긍정적 사례들이 이어지면서 이 편견도 불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선배들의 노력에 재를 뿌리는 경우도 여전히 이어진다. 특히 일부 함량 미달자들이 단번에 주인공 자리를 꿰차는 대범한 행보를 보여주면서 연기돌을 향한 인식을 다시금 후퇴시키고 있다.


ⓒJTBC, KBS ⓒJTBC, KBS

지난해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는 배우 이준호가 활약했다. 정조 이산이라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만나 사랑에 빠진 청년의 풋풋함과 무한한 책임감을 가진 왕의 면모를 능숙하게 오가며 시청자들을 깊게 몰입시켰다. 그룹 2PM 출신으로, 올해 연기 10년 차가 된 배우 이준호는 실력으로 편견을 지운, 아이돌 출신 배우의 좋은 사례가 됐다.


그런 그도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와 오래 싸워야 했다.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이제는 연기로 연말 시상식 대상 후보에 오르는 인정받는 배우가 됐지만, 여전히 ‘아이돌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옷소매 붉은 끝동’이 끝난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 건 당연하다고 여긴다. 아이돌로 연기를 시작을 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지만, 반대로 내가 삐끗하면 더 많은 질타를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연기에 집중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철저하게 그 인물이 되려고 하고, 그러기 위해서 일상에서도 그 인물로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꼬리표에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고, 부단한 노력을 통해 배우로 오롯이 서고자 노력한 것이다.


지난해 티빙의 메가 히트작이었던 ‘술꾼도시여자들’의 주인공 정은지, 한선화 또한 아이돌 출신 배우지만, 거침없이 망가지고 마음껏 웃음을 선사하며 작품을 완전히 장악했다. 실력으로 주연 배우 자격을 입증한 그들에게는 이제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선배 연기돌들의 노력과 성과에 재를 뿌리는 사례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현재 방송 중인 JTBC 드라마 ‘설강화’의 주인공 지수는 발성과 발음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하는 기대 이하의 연기력으로 ‘발연기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어색한 표정과 몸짓으로 몰입을 깨는 것은 기본, 비음 섞인 발성을 교정하지 못해 대사를 제대로 알아듣기가 힘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신의 이름인 ‘은영로’조차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KBS2 드라마 ‘학교 2021’의 김요한 또한 미숙한 연기력으로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감정의 고저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색무취’ 연기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조이현, 추영우, 황보름별 등 또래 배우들과 함께 등장하고 있지만, 눈에 띄게 연기력이 뒤쳐진다는 평가다.


더 큰 문제는 두 사람 모두 각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족한 부분을 감안하고 지켜보기에는 두 사람이 맡은 역할의 크기도, 중요성도 압도적이다. 분량은 많고, 주어진 역할도 쉽지 않다 보니 자신들의 역량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부족함이 드라마 전체의 완성도를 좌우하기도 한다.


그래서 다수의 신인 연기자들은 작은 역할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자신의 역량을 쌓곤 한다. 물론 드물게 신인이 주인공에 발탁되고, 안정적으로 극을 끌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준비’가 됐을 때의 일이다. 그러나 김요한은 이 작품 이전 웹드라마 1편이 연기 경험의 전부이며, 지수는 이 작품을 통해 연기에 첫 도전을 했다.


두 사람이 어떤 자신감으로 주인공 역할을 선뜻 맡았는지, 지금으로서는 그 근거를 짐작하기가 힘들다. 준비되지 않은 도전은 비단 그 당사자들에게만 해가 되는 일이 아니다. 드라마 전체의 매력을 좌우하기도, 나아가 연기돌에 대한 인식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수와 김요한의 사례처럼, 성급한 도전이 이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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