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SM, 갓 더 비트로 걸그룹 아이콘 모았지만…시대로부터 ‘스텝 백’
입력 2022.01.06 13:11
수정 2022.01.06 10:13
3일 음원사이트 공개
SM엔터테인먼트가 소속 여성 가수들로 이뤄진 '걸스 온 탑' 유닛 프로젝트 갓 더 비트(GOT the beat)를 출격시켰다. 갓 더 비트는 보아, 소녀시대 태연, 효연, 레드벨벳 웬디, 슬기, 레드벨벳 카리나 윈터 등 세대별로 한국을 대표하는 여가수, 걸그룹의 정예 멤버들을 한 자리에 모아 프로젝트 시작 단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3일 신곡 '스텝 백'(STEP BACK) 공개 이후 팬들의 기대는 실망과 불만으로 추락했다. '걸스 온 탑'이란 프로젝트란 하에 당당한 여성상을 제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신드롬을 기대했지만 '내 남잔 지금 Another level/ 너 따윈 꿈도 못 꿀 leve', '내 거에서 손 떼', '네가 비빌 곳이 아니야' 등 자신의 연인에게 접근하는 또 다른 여자를 견제하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가사를 내놨기 때문이다.
갓 더 비트의 뼈대가 된 프로젝트 '걸스 온 탑'은 보아가 2005년 발표한 곡명으로 2005년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여성상을 제시한 바 있다. 보아는 모두가 자신에게 여자다운 것을 강요하는, 세상의 시선을 거부하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 당당하고 싶다고 외쳤다. 당시 갓 스무살이었던 보아가 고질적인 성차별에 침묵하지 않고, 편견을 거부하는 당당한 퍼포먼스는 걸크러쉬의 붐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그로부터 17년 후, 보아를 비롯해 시대의 아이콘들을 모아 발표한 노래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며, 남자친구에게 접근하는 다른 여자를 조롱하는 가사라는 점이 큰 아쉬움을 자아낸다. 흥미로운 점은 보아의 '걸스 온 탑'과 갓더비트의 '스텝 백' 작사가가 SM엔터테인먼트 이사 유영진이라는 점이다.
현재의 가요계 흐름을 역행하는 결과물이다. 현재 걸그룹들은 과거 2000년 초중반, 사랑에 대해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며 섹시하거나 청순한 이미지를 내세웠던 것에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며, 사랑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연대하는 서사로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다.
블랙핑크, 마마무, (여자)아이들, 에버글로우, 있지 등은 걸그룹들에게 당연시 주어졌던 '사랑'과 '이별'을 담은 곡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이야기나, 사회 문제를 제기하며 대중과 공감과 연대를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당당함'으로 승부하고 있는 걸그룹들을 비롯, 후배 가수들에게서 '롤모델'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가수는 보아와 소녀시대다. 이들을 보며 꿈을 꾼 소녀들은 무대 위에서 더 이상 다른 여자를 무시하거나, 남자에 목을 매지 않는다.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세계관을 설명하고 대중의 공감을 얻는 건 가사의 역할이 크다. SM엔터테인먼트의 엑소, 레드벨벳, 에스파 역시도 가사에 거대한 서사를 맡기고 있다. 2005년 보아로 여성이 지향해야 할 태도를 제시하고, 2021년 에스파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아우르는 음악을 내놓으며 항상 가요계의 트렌드를 선도한 SM엔터테인먼트였던 터라 이번 선택에 강한 물음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