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새해 경영 보폭 빨라지나...글로벌 현장 행보 가속화될 듯
입력 2021.12.28 06:00
수정 2021.12.27 22:35
美·중동 출장, 인사·조직개편 이은 靑 간담회 참석
법원 휴정 연말연시 中·유럽 등 해외 출장 여부 주목
불확실성 위기 해법과 비전 제시 위해 현장 경영 강화

지난 두 달간 잇따른 해외 출장과 임원 인사, 조직개편 등으로 광폭 행보를 보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새해 경영 보폭이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연말에도 다시 해외 출장길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 내년에는 글로벌 현장 경영 행보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연말 연시 법원 휴정기를 활용해 중국이나 유럽 등지로 출장길에 나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번주와 다음주 연말 연초 법원의 휴정기로 재판이 열리지 않아 2주간 시간이 생겼다. 지난 23일 27차 공판이 진행된 재판은 휴정기가 끝난 후 내년 1월 13일 재개될 예정이다.
앞서 이뤄진 두 번의 해외 출장이 모두 재판 일정을 고려해 이뤄졌던 점이 이번에도 해외 출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지난달 14일부터 24일까지 11일간의 미국 출장은 대학수학능력 시험(11월18일)에 따른 재판 휴정 일정을 활용해 이뤄졌고 이달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이뤄진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은 당초 9일이었던 재판이 6일로 조정되면서 가능했다.
이 부회장이 재판 일정을 충실히 소화하면서도 틈틈히 해외 현장 경영 행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정부 민관합동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 ‘청년희망 온(ON)’ 오찬간담회에도 참석한 터라 해외 출장 일정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연말 해외 출장길에 오르면 중국 시안이나 네덜란드 등 유럽 지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시안에는 삼성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으로 낸드플래시 공장이 있다. 회사의 전체 낸드 생산량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생산시설로 내년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를 앞두고 현황을 점검할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에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네덜란드 등 유럽 지역은 반도체 장비 확보 차원에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곳이다. 반도체 공급난 심화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Foundry) 증설 투자가 잇따라 발표된 가운데 장비 확보가 중요한 미션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대규모 투자여서 공장 건물을 짓는데만도 2~3년이 걸려 시간이 있긴 하지만 첨단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는 한정돼 있고 물량도 제한적이어서 발빠르게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ASML에서 독점 생산되는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 노광장비는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다. EUV 노광장비는 첨단 반도체 개발 및 생산에 필요하며 5나노(nm·나노미터, 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 이하의 초미세공정에는 적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장비 한 대 가격만 2000억원이 넘고 생산량도 한정돼 있어 대형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TSMC도 몇 개월을 대기해야 손에 넣을수 있을 정도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변수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 속에서 각국 정부의 강력한 봉쇄 조치를 뚫고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을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시안시를 전면 봉쇄했고 네덜란드도 코로나19 확산세를 이유로 내년 1월 14일까지 식당과 쇼핑몰 등 비필수 상점의 운영을 전면 금지하는 등 강력한 봉쇄 조치를 취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연말연시 해외 출장 여부와 별도로 내년에는 이 부회장이 글로벌 현장 경영 행보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전과 스마트폰 등 완제품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배터리 등 부품까지 사업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기 극복 해법을 찾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국내외에서 현장을 더욱 자주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마인드로 적극적으로 현장 경영을 펼쳐왔다”며 “최근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의지를 드러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라도 글로벌 현장 경영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