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이규원 사건' 다시 검찰로 넘긴 공수처…법조계 "스스로 존재 이유 부정"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입력 2021.12.22 05:05
수정 2021.12.21 21:37

공수처 "합일적 처분 내리기 위한 것" 해명

법조계 "수사 역량 부족 때문…기소 부담에 몸 사리는 것일 수도"

"수사 능력에도 문제 있겠지만 국민신뢰 없는 상태서 검사 수사 부담스러운 것"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검사가 지난 10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현직 검사 사건을 이첩받은 지 9개월 만에 다시 검찰로 돌려보냈다.


출범 이후 줄곧 검사 사건 관할권을 주장하던 공수처가 뒤늦게 사건을 재이첩하자 법조계 전문가 대다수는 수사 역량 부족으로 분석하면서, 기소 부담에 이른바 '몸 사리기'에 들어간 것일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최근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및 유출 의혹' 사건 수사를 대검에 재이첩했다. 검찰이 동일 사건을 수사 중이기에 사건관계인에 대한 '합일적 처분'을 위해 이첩을 결정했다는 게 공수처의 설명이다.


이 검사는 지난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조사하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 소속돼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면담 보고서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하고, 이를 특정 언론에 유출한 의혹을 받고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 3월 이 검사 의혹 중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사건만 공수처로 이첩했다.


이 검사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지난 5월 '2021년 공제3호' 사건번호를 부여한 뒤 수사3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올 상반기에 이 검사를 3차례 소환 조사한 이후 수사에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던 공수처는 지난 17일 이 검사의 수사를 마무리 짓고 9개월 만에 대검으로 다시 이첩한 것이다.


지난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와 관련해 법조계 전문가들은 공수처가 결국 수사 역량 부족으로 검찰에 사건을 재이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공수처가 검찰로부터 이첩받아 수사해보니 진전되는 게 없자 슬그머니 발을 빼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수처의 설립 취지와 다르게 검찰로 사건을 다시 보내는 것은 처음부터 수사할 능력이 없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권한은 있지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행사해야 할 의무는 수행하지 않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한두 달도 아니고 9개월 동안이나 사건을 갖고 있다가 검찰에 다시 돌려준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며 "그동안 사건을 방치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결국 수사 역량 때문에 사건을 도로 넘겼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며 "이 검사를 기소하는 데 부담과 두려움을 느껴서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법조계 전문가는 "수사 능력의 문제도 있겠지만 공수처 존폐론이 거론될 만큼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사에 대한 수사가 부담스러워 '몸 사리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 검찰에서 사건을 이첩한 것 자체가 원칙적으로는 공수처에서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검사의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하라고 만든 공수처가 스스로 존재 의미를 부정한 셈"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