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처럼 흘러 넘친다'는 정의는 도대체 어디에 [이배운의 열공]
입력 2021.12.17 07:03
수정 2021.12.17 05:45
출범 1년 앞둔 공수처, 불공정·비민주 논란만 '줄줄이'…정부 여당은 '침묵 모드'
문재인 정권은 재작년 공수처법을 밀어붙이면서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각계는 정권수호처 변질, 사정기관 옥상옥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여권은 이를 '사법적폐 세력의 발악'으로 일축하고 끝내 공수처법을 통과시켰다.
결국 공수처 출범 1년간 흘러넘친 것은 정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온갖 논란과 구설수뿐이다. 여권이 내세워온 개혁, 공정, 인권, 민주의 가치가 실현되기는커녕 오히려 역행하는 게 현실이다.
정권은 공수처 설립이 검찰개혁의 의미 있는 전진이라고 추켜 세지만 복잡해지기만 한 사건 이첩·처리 절차와 저하된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 역량은 개혁이 아닌 개악으로 평가받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연관된 수사에는 총력을 기울이며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지만, 제보사주 등 여권 인사를 겨냥한 수사는 수개월째 답보상태에 머무르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이다.
줄 잇는 압수수색 절차 위반 논란과 영장 청구권 남용은 피의자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고, 최근 불거진 기자 언론사찰 논란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정의가 흘러넘치기는커녕 잘못된 공사로 강물이 메말라 바닥을 드러낸 꼴이다.
이처럼 넘쳐흐르는 불의에 누구보다도 분노해야 할 정부여당은 정작 눈과 귀를 닫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과거 군사정권 당시 자행됐던 인권탄압과 언론통제 등 불의를 되뇌며 아직도 울분을 금치 못하는 이들이 오늘날 벌어지는 불의는 방관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성경에서 가르친 대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공정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며 구절을 재차 인용했다.
그랬던 이 후보가 사실은 교회 출석을 안 한 지 10년가량 지나 제적 처리됐다고 한다.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겠다는 그의 약속이 단지 표심을 의식한 '입발린 소리'에 불과했던 것 아닌지, 마찬가지로 공수처를 설립해 정의를 구현하겠다던 정부여당의 외침도 결국 정치적 이해만 깔린 '위선'은 아니었는지 의심이 커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