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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장애인②] “불편하고, 소극적일 것”…장애인 배우 향한 더 불편한 ‘편견’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12.14 13:51
수정 2021.12.14 13:51

‘사랑해, 말순씨’ 한국 최초의 다운증후군 배우 강민휘 출연

“사실적 표현 가능, 감동이 커지면서 영화의 완성도 높이기도”

지난 2005년 개봉한 영화 ‘사랑해, 말순씨’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이색적인 시사회가 열렸었다.


이 영화로 한국 최초의 다운증후군 배우가 된 강민휘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면서 다운증후군을 가진 장애인들과 부모들이 한 극장에 모여 영화를 함께 관람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200여 명의 관객들이 극장에서 영화의 감동을 함께 나눴다.


ⓒ영화 '사랑해 말순씨' 스틸

이후 강민휘는 MBC 드라마 ‘피아노가 있는 풍경’, KBS2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 등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카운트다운’과 ‘채비’에서는 다운증후군 배우 권혁준이 활약했으며, 영화 ‘탐정2’에서는 배우 채희강이 다운증후군을 가진 캐릭터 최승복을 직접 연기했다. tvN 드라마 ‘갑동이’에서는 뇌병변 배우 길별은이 초반 연쇄살인범 갑동이로 의심받는 아버지 하일식 역을 맡아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었다.


국내 1호 다운증후군 배우 강민휘의 활약 이후 장애인 배우를 직접 기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조, 단역에 머무르고 있다. 장애인 배우의 기용이 극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이를 통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사례가 있었음에도 이것이 적극적인 캐스팅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이다.


‘불편함’이 가장 대표적인 이유로 꼽혔다. 최근 6명의 장애인 배우들과 함께 연극 무대를 올린 ‘동행: 인생의 소풍’의 한경훈 연출자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고, 흉내 낼 수 없는 연기를 전하기 위해 실제 장애인들을 캐스팅했지만, 연습 과정에서 처음 겪는 일들은 있었다. 그는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배려를 해 줘야 하는 부분은 있다. 시간이 지체되거나 식사 같은 걸 거르게 되면 몸 상태에 따라 무리가 가기도 한다. 또 무언가를 알려줄 때 그분들에게 신체에 맞게 알려줘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방송연기자협회 김은경 상임이사 또한 장애인 배우들의 기회 부족 이유에 대해 “촬영 현장의 속도감이나 비장애인 배우들과의 소통 문제에 대한 염려로 캐스팅에 소극적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작자들이 가진 ‘편견’들도 무시할 수는 없다. 영화 ‘사랑은 100℃’ 등에 출연한 청각장애를 가진 배우 김리후는 “창작자들의 속내를 모두 알 수는 없지만, 몇 분이 내게 공통적으로 해준 말이 있다. 나와 다른 존재를 맞이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고 어려운데,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받지 못한 내가 행여나 큰 실수를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었다”며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이미지로만 장애인을 접하다 보니 자칫 극적인 드라마가 아닌 정적인 다큐멘터리처럼 보이진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애인 배우들과 함께하면 불편함이 클 것이다’라는 편견을 내려두고, 약자를 위한 작은 배려를 동반한다면 더욱 의미 있는 결과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경훈 연출자는 “관객들이 볼 때는 어떤 베테랑 배우가 연기를 해도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다. 비장애인이 ‘연기’를 한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장애인들이 직접 보여주는 연기에는 따라갈 수 없는 진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은경 상임이사는 “영화 ‘사랑해 말순씨’는 그러한 인식들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였다. 실제 다운증후군 배우가 출연하면서 사실적 표현이 가능했고, 감동이 커지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도 했다. 더불어 장애인들과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고 소외감을 해소해주며 장애인 인식개선에도 큰 역할을 했었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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