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n번방 방지법 '사전검열' 논란 일파만파…재개정 주장까지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입력 2021.12.13 14:55
수정 2021.12.13 14:58

10일부터 네이버, 카카오 등 불법촬영물 필터링 적용

카톡 그룹 오픈채팅 '검토 중' 안내문구 두고 사전검열 논란 커져

방통위 "코드로 필터링…콘텐츠 사전검열 불가능 해"

사이버 범죄 관련 이미지.(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0일부터 디지털 성범죄 유통 금지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및 전보통신망법 개정안'(n번방 방지법)의 후속 조치 시행으로 주요 인터넷 사업자들이 불법촬영물 필터링을 시작한 가운데 사전검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카카오톡 그룹 오픈채팅방에 동영상을 게재하면 뜨는 '검토 중'이라는 내용의 안내문구가 사전검열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n번방 방지법 재개정 의지를 밝히는 등 재개정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13일 IT업계에 따르면 n번방 방지법 시행으로 카카오톡이 오픈채팅방에 대한 움짤, 영상 등을 올릴 때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심위에서 불법촬영물 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입니다’라는 안내문구가 뜨는 것을 두고 '사전검열'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n번방 방지법은 연매출액 10억원 이상 또는 일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 인터넷 사업자가 콘텐츠 유통시 불법 촬영물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도록 규정한 법안이다. 공개·비공개 오픈채팅방도 적용 대상이며, 일반채팅 또는 1:1 오픈채팅방은 제외된다. 카카오, 네이버를 비롯해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등 87개 사업자에 적용된다.


논란의 중심은 카카오톡 그룹 오픈채팅방에 동영상을 게재하면 나타나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심위에서 불법촬영물 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되는지 검토 중입니다'라는 내용의 안내문구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고양이 동영상, 모바일 게임 움짤을 올렸는데도 이 안내문구가 뜨는 것은 과도한 사전검열과 사생활 침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는 카카오톡 그룹 오픈채팅방에 올라오는 모든 동영상에 대해 필터링 과정을 거치면서 뜨는 안내문구다. 특정 동영상에 대해서만 안내문구가 떠 '사전검열'로 보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의 이 안내문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고시한 제8조에서 "사전조치의무사업자는 불법촬영물등을 게재할 경우 법 제22조의5제1항에 따라 삭제 접속차단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으며, 관련 법류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팝업창, 메일, 문자, 인터넷홈페이지 게시 등을 통해 이용자에게 사전에 안내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명시된 데 따른 것이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파일을 공유할 때 안내 문구가 표시되는 모습.ⓒ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네이버 역시 카페·블로그·지식인·포스트 등 서비스에서 동일하게 필터링 기술을 거치고 있다. 동영상을 추가하는 창 하단에 '불법촬영물 등의 영상은 관련 법률 및 이용약관에 따라 제재받을 수 있다'는 안내문구가 게재돼있다. 차이점은 게시물이 올라간 뒤 필터링 기술을 거쳐 제재 여부가 정해진다.


반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다수 사업자들은 아직까지 n번방 방지법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메타 관계자는 "이미 자체 정책에 따라 불법촬영물을 차단해오고 있으며, 새로운 의무도 계도기간에 맞추어 시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전검열'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업자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 의결한 불법 영상물 데이터베이스에 따라 이미 불법촬영물이라고 확인된 영상의 ‘코드’를 올라온 영상물의 ‘코드’와 비교해 걸러내는 구조"라며 "콘텐츠를 들여다볼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n번방 방지법의 취지는 불법촬영물이 공개 게시판으로 재유통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며 "개인간의 채팅방, 대화에서 최초 유통을 막는 것은 수사의 영역이기 때문에 '텔레그램'이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전문경영대학원 교수 역시 "n번방 방지법은 성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이미 플랫폼 사업자와 여야 간 협의를 거친 것이기 때문에 법 취지에 동의 할 필요가 있다. 불법촬영물에만 필터링 기술이 적용되는 것인데 표현의 자유를 거론하는 것은 걸맞지 않다"며 "계도기간에 문제가 있으면 미세조정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며 현 시점에서 재개정을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불구하고 사전검열,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시각은 여전해 논란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결과적으로 국가 허락을 받고 올려야 한다”, “규제, 검열은 또다른 회피와 반발을 불러올 뿐 사후 엄중 처벌이 중요하다” 등 반응이 나오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정치권에서도 여야가 n번방 방지법 재개정 여부를 두고 충돌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1일 경북 구미시 금오공과대학교 ‘지역 대학생과 함께 나누는 대구 경북의 미래 비전’ 행사에서 “(n벙밥 방지법)이 사전 검열이 아니냐고 반발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n번방 방지법은 제2의 n번방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반면, 절대다수 선량한 시민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준다”고 지적하며 법 재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