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임대살고 '내 집' 마련…'누구나집' 윤곽, 한계도 여전
입력 2021.11.30 07:33
수정 2021.11.30 07:20
인센티브 부족·사업성 떨어져…대형사 참여 '제로'
서울 접근성↓ 국평 8억대 '고분양가' 논란

정부 여당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추진하는 '누구나집' 시범사업의 윤곽이 잡혔지만, 한계점이 여전하단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2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도시공사(iH)와 앞서 9월 공모한 누구나집 시범사업지 6곳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누구나집은 집값의 10%만 내고 10년간 임대 형태로 거주하다 분양 시점에 미리 확정한 분양가로 내 집 마련까지 할 수 있는 민간임대주택이다. 사업 초기 단계에 분양가를 확정한다는 점이 기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과는 차이를 보인다.
10년간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85~95% 이하 수준으로 책정된다. 분양전환 시점에 발생하는 시세차익 등 개발이익은 사업자와 임차인이 공유한다.
우선협상대상자로는 계룡건설 컨소시엄(화성능동 A1), 제일건설 컨소시엄(의왕초평 A2·인천검단 AA30), 우미건설 컨소시엄(인천검단 AA26), 극동건설 컨소시엄(인천검단 AA31), 금성백조주택(인천검단 AA27) 등이 선정됐다.
공모 당시 롯데건설, 호반건설 등 일부 대형건설사도 참여했으나, 실제 우선협상대상자로는 선정되지 못했다. 그나마 선정된 중견건설사들은 대부분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에 참여한다.

누구나집에 대한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방증이란 평가다. 무주택자의 주거 부담을 덜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 만큼 입주자에게 유리한 구조로 사업이 설계돼서다.
입주자들은 분양전환 시점에 집값이 하락해 분양을 포기하더라도 불이익이 없다.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고 나오면 된다. 10년 임대 기간을 채우지 않고 중도 퇴거하더라도 거주기간에 따라 발생한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다. 반대로 집값이 오르면 그만큼 시세차익도 커진다.
반면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업체들은 주택가격 하락시 발생하는 미분양 등 손실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 10년간 자금이 묶이는 데다 리스크가 뒤따르지만, 수익률도 연 1.5% 수준에 불과하다.
국토부는 "공실 리스크에 대한 면밀한 관리를 통해 손실 발생 가능성이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개발사업 특성상 집값 하락시 투자자의 손실 발생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임차인은 소유권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개발이익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사업구조가 타당한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며 "건설사의 핵심은 시공인데, 커뮤니티시설 등 운영권을 주고 수익을 보전하라는 건 부담이다. 운영업무는 외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고, 그 경우 외주업체의 수익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10년 뒤를 내다보더라도 무주택 서민이 감당하기에 분양가가 과도하게 높단 지적도 나온다.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대형사의 브랜드 단지가 아니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화성능동 A1블록과 의왕초평 A2블록의 전용 84㎡ 확정분양가는 각각 7억400만원, 8억5000만원이다. 3.3㎡당 2000만원을 훨씬 웃돈다. 중도금 대출 마지노선인 9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인천검단 AA27·AA30·AA31블록의 같은 평형대 확정분양가는 5억9400만~6억1300만원선이다.
실제 확정분양가가 공개된 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3억, 5억짜리 집도 못 사는 청년, 신혼부부가 10년 동안 월세까지 내면서 어떻게 8억을 모으냐", "입지도 별로인 서울 외곽지역에 평당 2000만원 넘는 가격이 정말 싸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알만한 브랜드 단지도 아니고, 이렇게 나라에서 월세살이시킬 거면 대출은 왜 틀어막은 건지 기가 막힌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 이 연구원은 "앞으로도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저렴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가격"이라며 "임차인이 분양전환까지 10년간 내는 임대료를 감안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