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ICK] 김신록, ‘지옥’으로 각인시킨 존재감
입력 2021.11.26 11:10
수정 2021.11.26 09:11
‘지옥’ 박정자 역으로 주목
‘방법’·‘괴물’ 이어 신스틸러로 활약
신스틸러는 분량의 많고 적음과 무관하게 훌륭한 연기력과 독특한 개성으로 주목을 받는 조연 연기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드라마 ‘괴물’부터 ‘방법’과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 이르기까지. 남다른 존재감으로 시선을 강탈하는 배우 김신록은 신스틸러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이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전 세계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천사와 지옥의 사자들이 등장한 이후 혼란에 빠진 모습을 스크린에 담아낸 ‘지옥’은 이 혼란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다루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자들, 또 이를 악용하는 이들과 맞서는 세력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부딪히는 과정들이 ‘지옥’을 이끄는 동력이 된다.
이에 지옥 사자들의 비주얼 등 시각적 효과는 물론, 각자의 방식으로 지옥을 살아내는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도 특히 중요한 작품이었다. 배우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은 물론, 이들 못지않은 존재감으로 ‘지옥’의 몰입도를 끌어올린 신스틸러들의 존재도 빼놓을 수가 없다.
특히 남편 없이 홀로 자녀를 키우는 엄마 박정자를 연기한 김신록이 남다른 존재감으로 ‘지옥’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정자는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다 지옥의 사자들을 마주하는 인물. 새진리회는 지옥행 고지를 받은 박정자에게 시연 장면을 생중계하면 30억 원을 주겠다고 제안하고, 그는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이를 받아들인다.
두 아이의 생계를 홀로 책임지며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은 물론, 믿을 수 없는 제안을 받고 갈등하는 과정, 결국 아이들을 위해 희생을 감내하는 결단 등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전달하며 ‘지옥’의 생생함을 배가시켰다. ‘지옥’이 그리는 세계가 얼마나 잔혹한지를 납득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소화해 몰입도를 극대화한 것이다.
특히 압권은 죽음을 앞둔 순간 클로즈업된 얼굴에 담긴 표정이었다. 공포와 절망, 그리고 희망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들을 표현해내며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는 ‘지옥’에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죽음 직전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마음을 다잡지만, 어쩔 수 없이 몰려드는 두려움을 표현하는 모습에선 그의 내공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했다.
2004년 연극 ‘서바이벌 캘린더’로 데뷔해 올해 17년 차를 맞은 배우 김신록은 그간 무대에서 내공을 쌓았다.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린 작품은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방법’이다. 무당 석희 역을 맡은 김신록은 신들린 무당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었다.
바로 다음 작품인 JTBC 드라마 ‘괴물’에서는 현실적인 형사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주인공 동식(신하균 분)의 친구이자 강력계 형사 오지화를 연기한 그는 형사의 카리스마는 물론, 친구를 향한 든든한 의리를 보여주며 극의 한 축을 담당했다. 모두가 범인으로 의심되는 복잡한 전개 속에서 지화만큼은 신뢰감 가득한 모습으로 극에 안정감을 부여한 것이다.
독특한 개성으로 이목을 끌다가도, 현실적인 인물을 맡았을 땐 디테일한 연기로 매력도를 높이기도 한다. ‘지옥’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내공을 뽐낸 김신록이 다음에는 또 어떤 연기로 대중들을 놀라게 할지,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