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문발차'…김종인 없는 국민의힘 선대위, 어떻게 되나
입력 2021.11.26 01:06
수정 2021.11.26 01:07
윤석열 "선거운동 더 지체돼선 곤란
김종인 관련 얘기 더 드리지 않겠다"
김종인도 찬바람…"주접 떨어놨다"
이준석, '김종인 없는 선대위' 구상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결국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빠진 채로 개문발차(開門發車)하게 됐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25일 중앙선대위 본부장급 6명과 대변인 등의 인선안을 발표했다. 본부장으로는 △정책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조직 주호영 의원 △직능 김성태 전 원내대표 △홍보미디어 이준석 대표 △특보단장 권영세 의원 △종합지원 권성동 사무총장 등이 임명됐다.
공보단장에는 조수진 수석최고위원, 대변인에는 김은혜·전주혜 의원과 함께 김병민 전 비상대책위원과 원일희 전 SBS 논설위원이 임명됐다. 박정하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공보실장을 맡는다.
인선안을 발표하면서 윤석열 후보는 "선거운동이 더 지체돼서는 곤란하다"며 "1분 1초를 아껴가면서 뛰어야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김종인 전 위원장을 기다리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종인 박사와 관련된 얘기는 내가 더 말씀을 드리지 않겠다"고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찬바람이 불기는 김종인 전 위원장 쪽도 마찬가지였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디 보니까 나한테 무슨 최후통첩을 했다고 주접을 떨어놨더라"며 "나는 '밖에서 돕겠다'는 말도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계속되던 중재 노력도 중단됐다. 김종인 전 위원장을 설득해보겠다고 국민의힘 일부 초선 의원들이 모였으나 방문 계획은 보류됐다.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초선 의원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분위기가 험한 상태에서 방문하면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라며 "냉각기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양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던 이준석 대표도 '김종인 없는 중앙선대위'를 전제한 구상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대로 총괄선대위원장 없이 선대위가 출범하면 나와 김병준 위원장이 공동으로 상임선대위원장이 된다"며 "그러면 김병준 위원장께 상당한 영역을 만들어주고, 그분이 주도권을 발휘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외에 홍준표·안철수·김종인 머물러
박빙 되면 양당 선대위 접촉 재개될 듯
"'한바구니'에 담길 수 없는 세 달걀…
백일간 양당 선대위 진통 더 겪을 듯"
이로부터 미뤄볼 때, 김종인 전 위원장 없이 개문발차한 국민의힘 중앙선대위에서는 당분간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도 있지만 폐암 투병으로부터 완치된지 오래되지 않아 체력·면역력 측면에서 적극적인 대외 활동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는 최근 연일 개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최대한 보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자유를 구속하는 법과 관행을 바꾸겠다고도 했다. 이러한 윤 후보의 가치관은 그간 국가주의 타파를 외치며 '국가의 역할'에 대한 논쟁을 주도해온 김병준 위원장의 지론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다만 윤 후보가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래 20일간 전개해온 '화합형 원팀 선대위' 구성 노력이 별무소득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정치적 효과는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컨벤션 효과'의 종언이라는 것이다.
특히 경쟁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공격적으로 선대위를 쇄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지지율 변화에 따라 윤석열 후보의 선대위도 한 차례 이상 진통을 겪으며 거듭나는 과정을 거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대위 개문발차로 인해 홍준표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종인 전 위원장이라는 존재가 계속 장외에 머무르게 됐다"며 "향후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경쟁이 박빙으로 전개되면 아쉬운 후보들이 이들과 접촉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한 선대위의 환골탈태가 촉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홍준표·안철수·김종인은 일단 선대위에 합류하게 되면 기존 조직을 뜯어고쳐야 하는 무게감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간의 구원(舊怨)으로 인해 '한바구니'에 담길 수 없는 달걀이라는 묘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대선까지 100여 일 남았는데, 양당 선대위가 몇 차례 더 진통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