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일의 역주행] 풀리지 않는 IBK기업은행의 내홍과 의혹
입력 2021.11.24 08:44
수정 2021.11.24 08:44
김사니 감독대행 체제에서의 첫 경기서 승리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과 의혹의 눈초리
구단 관계자와 감독대행, 주축 선수들이 일제히 해명에 나섰지만 의혹의 시선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알토스가 선수단 불화라는 사상 초유의 악재와 마주하고 있다.
김사니 감독 대행이 팀을 이끌게 된 IBK기업은행은 23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도드람 2021-22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원정 경기서 세트 스코어 3-0(25-21, 25-18, 27-25)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배구팬들은 물론 이날 경기장을 찾은 취재진들의 관심은 가장 중요한 승패에 쏠리지 않았다.
선수단 내부 불화설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IBK기업은행이 서남원 감독 교체 후 처음으로 나선 경기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물론 김사니 감독대행 역시 첫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없었다. 급기야 경기가 끝난 뒤에는 김호진 사무국장과 김사니 감독대행, 주전 선수인 김수지 등이 줄줄이 취재진 앞에 서 해명에 나섰다.
특히 배구팬들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은 김사니 대행의 해명이다.
김 대행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 나서 서남원 감독과 조송화의 마찰이 있었다고 인정한 후 “조송화가 팀을 이탈을 하자 서 감독이 모든 선수와 스태프가 있는 상황에서 나에게 화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 이 모든 걸 책임지고 나가라고 했다. 30~40분 동안 모욕적인 말들과 입에 담지 못할 폭언들을 했다. 큰 잘못을 했거나, 1:1로 가르침을 주신다면 받고 혼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체육관에서 모든 스태프, 선수들이 있는 앞에서 '너 김사니, 대답 안 해?'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배구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서 감독의 평소 언행과 품행을 미루어봤을 때 납득가지 않는 대목이며 무엇보다 김사니 대행이 직접 밝힌 ‘대답 안 해’가 폭언 수준인지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김수지, 김희진, 표승주는 일제히 김사니 감독대행을 감쌌다. 김수지는 “우리가 느끼기에도 불편한 자리었다. 누구 편을 들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있었다”라고 답했고, 표승주 역시 울먹이며 “구체적인 내용을 다 이야기하기 어렵다. 다만 그 상황에서 선수들이 힘들어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되짚었다.
감독과 선수단의 불화는 모든 단체 스포츠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그렇다고 이번 ‘IBK기업은행 사태’에서처럼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더군다나 불화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구단 관계자들이 모두 나서 해명의 자리를 갖는 것 역시 매우 이례적인 상황임에 분명하다.
의혹은 끝나지 않는다. 갈등의 시발점이었던 조송화는 서 감독 경질 후 마음을 바꿔 복귀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 자리 역시 새로운 인선 작업에 돌입했다고 하지만 어느 누가 최근 몇 개월간 감독 2명이 바뀐 자리에 앉을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의혹만 무성한 IBK기업은행의 내홍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배구팬들만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