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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혼자 사는 집에 성범죄 목적으로 침입해도 주거침입죄로만 처벌"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입력 2021.11.28 06:06
수정 2021.11.24 22:06

여성 피해 주거침입 범죄…2016년 6034건에서 2020년 9751건으로 증가

"'여성에 대한 폭력은 가능하다' 인식이 범죄발생 원인…성범죄 미수 단계 처벌로 단죄해야"

"처벌 강화만이 능사 아냐…충분한 정황 근거 확보 등으로 성범죄 목표 입증도 중요"

촘촘한 형태의 새로운 입법체계 필요…기존의 주거침입죄 형량 높이는 것도 방법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과의 연인 관계를 알렸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폭행해 결국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지난 9월 1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뉴시스

여성 1인가구가 늘어남과 동시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주거침입 범죄도 늘고 있다. 여성들에게 집이 더 이상 안전하기만 한 공간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성범죄 등 다른 범죄 목적을 갖고 주거침입을 하더라도 현재는 주거침입죄로만 처벌할 수밖에 없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새로운 형태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277만 가구였던 여성 1인 가구는 지난해 333만 가구로 5년 만에 22.7% 증가했다. 여성 피해 주거침입 범죄 또한 늘었는데 경찰청의 자료를 보면 2016년 6034건에서 2020년 9751건으로 61.6% 증가했다.


지난 7월 황모(25)씨는 서울 마포구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남자친구의 무차별 폭행으로 사망했다. 또 2019년 5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택가에서 귀가 중인 여성을 뒤쫓아 집에 침입하려 한 30대 남성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주거침입만 유죄로 인정하고 강간의 고의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도 주거침입 범죄는 존재했지만 요즘은 범죄자들이 범죄 장소를 굳이 찾지 않아도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장소가 집단적으로 만들어져 있고 폐쇄회로TV(CCTV) 등도 잘 돼 있어 범죄가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가장 큰 문제는 어떤 범죄 목적을 갖고 주거침입을 하더라도 현재는 주거침입죄로만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주거침입해 강간을 하면 강력하게 처벌하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고의를 입증해야 하고 입증 자체와 과정이 굉장히 어렵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촘촘한 형태의 새로운 입법을 하거나 그 자체로 고의를 담아서 범죄를 가중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면, 기존의 주거침입죄의 형량을 상향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미영 서울여성회 사무처장은 "주거침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가능하다, 특히 혼자 있는 여성은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쉽다'와 같은 인식이 범죄 발생의 원인"이라며 "여성 1인가구의 주거를 침입할 때는 대부분 성범죄 등 여성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큼에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성범죄가 아닌 주거침입에 대한 처벌만 이뤄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범죄를 노리고 주거침입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처벌률을 높이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며 "예를 들어, 주거침입을 시도하면 단순 주거침입죄가 아니라 성범죄 미수 단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는 식으로 범죄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처벌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주거침입 ⓒ게티이미지뱅크

일각에서는 처벌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충분한 정황 근거 확보 및 확실한 범죄자의 언행 분석을 통해 단순한 주거침입이 아닌 성범죄를 목표로 했다는 것을 입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오선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의 변호사는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범죄 발생을 막을 순 없고 오히려 정황 근거를 충분히 확보하고 범죄자의 행동과 말을 정확히 분석하는 방향으로 수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거 말했다.


오 변호사는 "이를테면 절도 목적으로 주거침입한 사람은 사람이 없을 때 들어오려고 하고 만약 사람과 마주하면 숨거나 피하겠지만 성폭력 또는 강도 목적이었다면 사람을 찾거나 붙잡으려고 할테니 이런 식의 입증을 통해 범죄를 밝혀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실하게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1인가구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도어지킴이' 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도어지킴이는 24시간 동안 현관 앞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를 현관문에 설치하고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긴급출동 서비스까지 요청할 수 있는 가정용 보안서비스다.


서울시는 자치구별로 지난 9월 6일부터 예산소진 시까지 신청자 접수를 받아 성별 구분 없이 1인가구 3000명에게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대상은 만 18세 이상 서울 시민으로 임차주택에 거주하는 1인가구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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