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망 찢은 이재성, 악플 싹 다 지워버린 결승골
입력 2021.11.17 07:39
수정 2021.11.17 07:43
월드컵 최종예선 이라크전 선제 결승골
답답한 흐름 뚫린 뒤 후반 2골 더해 대승
소속팀 이어 대표팀 골로 이란전 악플 씻어내
이재성(29·마인츠)이 이라크전 대승을 부르는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7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서 펼쳐진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 이라크와의 대결에서 이재성(마인츠) 선취골에 이어 손흥민(토트넘)-정우영(프라이부르크)의 추가골에 힘입어 3-0 완승했다.
이라크전 승리로 승점14(4승2무)째를 챙긴 한국은 이란(승점16)에 이어 조 2위를 지켰다. 3위와의 승점차는 8점으로 크게 벌어졌다. 4경기 남겨둔 일정과 객관적인 전력을 떠올릴 때, 승점8 차이는 매우 크게 느껴진다.
최종 스코어는 3-0이었지만 전반 중반까지는 답답했다.
경기 초반 빠른 돌파와 정교한 패스로 주도권을 잡은 한국은 이라크 밀집수비에 막혀 골문을 열지 못했다. 지난 11일 홈에서 가진 UAE전(1-0 승)에서도 숱한 찬스에서 골을 터뜨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벤투호의 답답함을 뻥 뚫어준 것은 결승골(전반 33분)의 주인공 이재성이다.
손흥민 패스를 받은 이용은 문전으로 크로스했다. 왼쪽 측면에서 공격에 가담한 김진수는 박스 안 반대편에 있는 이재성에게 패스를 찔러줬고, 이재성이 침착하면서도 날카롭게 왼발로 이라크 골문을 열었다. 이라크가 친 촘촘한 밀집수비의 그물망을 찢은 골이다. 2019년 3월 콜롬비아전(2-1 한국 승) 이후 2년 8개월 만에 터진 A매치 득점이다.
이재성의 선제골이 터지자 벤투 감독이 추구한 빌드업 축구도 빛을 발했다. 1점 리드 여유 속에 골 찬스를 만들어갔던 벤투호는 후반 들어 손흥민 PK골, 정우영 A매치 데뷔골이 터지면서 모처럼 시원한 대승을 거뒀다.
값진 결과에 이재성도 흐뭇하다.
이재성은 지난달 이란 원정(1-1 무)을 마친 뒤 일부 축구팬들로의 거센 악플에 시달렸다. 이란전에서 손흥민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 골을 도왔던 이재성은 후반 들어 몇 차례 실수를 범했다.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자 일부 팬들은 익명에 기대어 이재성에게 도를 넘는 악플을 쏟았다. 뼈아픈 실수가 있었지만, 험난한 원정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퍼붓기에는 너무 가혹한 악플이었다.
이재성의 가족까지 걱정과 분노를 참기 어렵게 했던 악플이 이어지자 벤투호의 정우영은 자신의 SNS를 통해 "결과에 대해서 특정 선수를 지목해 익명의 힘을 빌려 선수 SNS까지 가서 비난과 욕설하는 행동은 멈춰달라. 팬으로서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 결과를 원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아주 부끄러운 행동이다. 부끄러운 줄 알면서 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팀의 문제를 정당하게 비판하는 것은 언제든 선수들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호소의 글까지 올렸다.
대부분의 축구팬들과 동료들의 격려로 마음고생이 컸던 이재성은 다시 살아났다.
지난 시즌까지 독일 2부리그에서 뛰다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로 올라선 이재성은 지난달 30일 빌레펠트전에서 데뷔골까지 터뜨리며 주전 입지를 다졌다. 최종예선을 앞두고는 “(이란전 악플이)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 더 좋은 활약으로 팬들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A매치에서)골만 하나 터지면 더 자신감을 얻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재성의 바람대로 결정적인 순간 결승골이 터졌고, 이재성도 활짝 웃었다. 후반 20분 교체 아웃될 때까지 황인범과 중원을 지배했다. 전방으로의 안정적인 볼 공급과 적극적인 수비가담, 그리고 결승골까지 터뜨린 이재성은 이라크전을 통해 자신감을 '완충'했다. 마음에 남았던 악플까지 싹 지워버린 이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