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계 외국인 '로맨스 유혹'에 우리 중장년층 당했다…17억원 사기
입력 2021.11.09 15:26
수정 2021.11.09 15:27
올해 2월~10월까지 시민권자·군인·의사로 신분 속여…일당 14명 검거, 10명 구속
'통관비 명목' 등 총 24명에게 16억7000만원 편취…피해자 대부분 중장년층
해외에 있는 총책 인적사항 특정, 인터폴 적색수배 요청…경찰 "금전 요구하면 무조건 신고"
로맨스스캠ⓒ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시민권자나 해외 파병군인, UN의사 등으로 신분을 속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해 수억원을 가로챈 이른바 '로맨스 스캠' 국제사기조직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로맨스 스캠은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Romance)'와 신용 사기를 의미하는 '스캠(Scam)'의 합성어로, SNS 등에서 믿음을 갖게 한 뒤 연애 등을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신종 금융사기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한국인 피해자들과 친분을 쌓은 뒤 10여억원을 받아 가로챈 '로맨스 스캠' 국제 사기 조직 일당 14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0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 일당은 대부분 라이베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 출신으로 올해 2월부터 지난 달까지 국내에서 인출 총책, 인출책, 대포통장 관리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한국으로 재산을 보내려는데 통관비 등이 필요하다"는 거짓말로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한 번에 받아 챙겼다. 대부분 중장년층인 피해자는 모두 24명, 피해액은 16억7000만원에 달했다. 일부 피해자는 먼저 송금한 돈을 되돌려 받으려고 하는 수 없이 추가 입금을 했다.
이들은 해외에 머무는 총책의 지시를 받아 피해자들이 송금한 돈을 다시 해외로 보내거나 생활비, 명품 구입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일당은 경찰 수사에 대비해 피해금을 인출할 때는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옷을 자주 갈아입었다. 추적이 어렵게 외국인 명의의 대포통장 등을 이용하며 인출책이 검거되면 새로운 인출책을 포섭해 범행을 이어가는 등 치밀한 수법을 썼다.
경찰은 올해 3월 국가정보원과의 공조로 첩보를 입수한 후 검거과정에서 피해금 9655만원을 회수하고, 일당이 사용한 계좌 입금내역을 분석해 추가 피해를 방지했다.
경찰은 일당의 여죄를 계속 확인할 방침이다. 또 해외에 있는 총책의 인적 사항을 특정하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한편 현지 사법당국과 협조해 신병을 확보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로맨스 스캠을 예방하려면 SNS에 개인정보나 사생활이 너무 자세히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SNS를 통해 알게 된 지인이나, 장래를 약속한 사람이라도 금전을 요구하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거나 지인들을 통해 범죄 관련성 등을 거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