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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수소 교훈 잊은 정부…제2의 요소수 위기 또 온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1.11.08 15:41
수정 2021.11.08 15:44

마그네슘 경우 중국서 100% 수입

수입국 다변화·국산화 고민해야

화물차, 버스 등 디젤차의 필수 제품인 '요소수'의 재고 부족에 의한 품귀 현상이 발생하며 물류대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4일 경기도 의정부시 구리포천고속도로에 위치한 의정부휴게소 주유소에 '요소수 없음'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화물차용 요소수 품귀 현상이 물류 대란 우려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부가 범정부 테스크포스(TF, 임시조직)를 꾸려 대책 마련에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요소수뿐만 아니라 원자재 전반에 걸쳐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지난 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2차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를 열어 요소·요소수 매점·매석을 금지하고 호주로부터 20만7000ℓ를 긴급 수입하기로 했다.


8일에는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이 각 부처 고위공무원단(1급)을 소집해 베트남으로부터 요소수 200t을 수입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불법 자동차 일제단속과 민간 자동차검사소 특별점검을 연기하는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요소수 품귀 현상에 대응하기로 했다.


최근 요소수 품귀 현상은 중국과 호주의 석탄을 중심으로 한 무역전쟁에서 비롯했다. 요소 주원료인 암모니아를 석탄에서 추출하는데, 호주가 중국에 석탄 수출을 제한하면서 중국 내 요소 생산이 급감한 것이다.


중국은 결국 요소와 요소수 수출을 제한했고 전체 수입량의 97%를 중국에 의존하던 우리나라는 극심한 품귀 현상에 직면하게 됐다.


요소수 대란은 2019년 일본 정부의 불화수소 수출 규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우리 산업계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 필수 요소인 고순도 불화수소 수입이 막히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범정부 차원 지원과 업계 노력으로 국산화율을 높여 2년이 지난 지금 불화수소 문제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전례 탓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수입처 다변화 문제를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특정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한 국가에 집중되는 경우 언제든지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고도 미리 대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특정 국가에 대한 우리나라의 높은 수입 의존 현상은 다른 원자재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불화수소와 요소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전체 원자재 가운데 30% 가까이는 특정 국가로부터 80% 이상 수입하는 실정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입품 1만2586개 가운데 31.3%(3941개)는 특정 국가 의존도가 80%를 넘는다. 이 가운데 1850개는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에 쓰이는 마그네슘 주괴는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의료기기와 반도체 제조에 쓰는 산화 텅스텐도 94.7%가 중국산이다. 이 밖에도 전자제품 원료인 네오디뮴 영구자석(86.3%)이나 2차전지 소재인 수산화리튬(83.5%) 등도 중국 의존도가 높다.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세계 무역 환경이 ‘신(新) 자원 전쟁’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은 더욱더 우려스럽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중국과 호주 갈등으로 번지면서 세계 각국이 자원의 무기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우 자칫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위기와 마주할 수도 있다.


정부도 요소수 대란을 계기로 수입품 공급망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핵심 관리 품목뿐만 아니라 범용 수입 품목도 공급망 위험이 있는지 살핀다는 계획인데 자칫 기존 공급망에 대한 점검 차원에서 끝난다면 제2, 제3의 요소수 사태를 막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 점검에서 끝날 게 아니라 수입 다변화와 국산화를 위한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오는 2030년까지 자원 수요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만큼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정부가 전사적으로 해외 원자재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자원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한반도 자원 개발을 주요 추진 전략으로 강조했는데 1년 만에 관련 부서를 줄여버렸다”며 “현 정부가 자원 확보에 얼마나 관심이 없고 장기적인 전략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접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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