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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이견' 없다는 靑…워싱턴선 "美 불쾌감 드러나"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1.10.30 06:01
수정 2021.10.30 13:37

"성김, 노규덕과 협의 후

이견 정리하는 데 애먹어"

'종전선언은 韓 제안' 못 박은 건

"美 국방부·국무부 불쾌감 반영"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시스

청와대와 정부가 한반도 종전선언과 관련해 한미 '이견'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워싱턴 조야에선 종전선언을 포함한 대북정책에 있어 한미 불협화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지난 28일(현지시각) 오피니언 섹션에 게재한 '미국 정책입안자들은 남북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는 제목의 글에서 "백악관과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건 뻔한 사실(plain fact)"이라고 전했다.


해당 기고문은 대표적 지한파 언론인으로 알려진 도널드 커크 전 시카고 트리뷴 한국 특파원이 작성했다. 그는 과거 광주민주화운동을 현장 취재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 평전을 펴내기도 했다.


커크 전 특파원은 기고문에서 한미동맹을 묘사하는 클리셰(상투적 표현)인 '빛 샐 틈 없는 공조(There’s no daylight between us)'라는 문구가 과거보다 덜 활용되고 있다며 "미국 측 협상가들은 한국 측과 섬세하게, 가능하면 사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단어 선택을 더욱 자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 모두 공개적 대치를 원치 않는다"면서도 최근 방한한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한 이후 "이견(differences)을 정리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커크 전 특파원은 김 대표가 도출할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이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을 포함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니셔티브를 모색하기 위한 협력을 지속하길 기대한다"는 '교묘한 표현(artful expression)'이었다며, 해당 표현이 "종전선언을 조심스럽게 한국에 귀속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해당 표현에 종전선언과 관련한 미 국방부·국무부의 '불쾌감(distaste)'이 반영돼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국무부가 국방부보다 정중하게(more politely)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며 김 대표 방한 당일 진행된 국무부 대변인 브리핑 내용을 언급했다. 당시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대북제재 이행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의 인도주의적 위기 책임이 북한 정권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과의 종전선언 논의가 대북 '양보 가능성'으로 읽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무부가 의도적으로 '원칙론'을 공개 재확인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커크 전 특파원은 북한인권위원회 창립 20주년을 맞아 워싱턴에서 진행된 만찬에서 미 외교가의 종전선언에 대한 우려를 마주했다고도 했다.


그는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미 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이 자신에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5월 백악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난 이후, 다른 한편으로 한국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며 "한국 정부와 미국 내 한국 좌파 세력의 끈질긴 (종전선언) 요구에 넘어가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전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외교부
"美 외교관, 韓美 이견 인정"


커크 전 특파원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19일 코리아소사이어티 만찬에 참석해 진행한 연설에서도 한미 입장차가 감지됐다고 평가했다.


셔먼 부장관은 당시 연설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규탄하며 "한국·일본 등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북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향하는 길을 모색(chart a path)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했었다.


커크 전 특파원은 셔먼 부장관 발언이 "비핵화 이전의 (북미)협상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한국이 (북한에 대해) 유화적으로 선회한 것보다는 더 강경했다"고 밝혔다.


셔먼 부장관 연설과 관련해 한국 외교가는 "북한과 직접 접촉했다"는 대목에 주목했지만, 워싱턴 외교가에선 '비핵화 로드맵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부분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커크 전 특파원은 해당 만찬 참석자들이 한미 균열(rift)을 비판했다며 "미국 외교관이 미국과 한국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don’t see eye to eye)'는 점을 인정했다"고도 했다.


지난 6월 1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선언 국회비준동의 및 종전선언 평화협정 촉구 기자회견'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등이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당선시 대북 타협 압박 높아질 것"


아울러 그는 차기 한국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미 이견을 좁히기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의 전망도 내놨다. 대북 유화적 접근에 대한 대미 압박은 물론, 주한미군 감축 요구까지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커크 전 특파원은 "좌파인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내년 3월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북한과의 타협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주한미군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노조원들이 지난해 8월 정부 방역 지침을 어기고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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