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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낙태약, 허가해주세요! ②] 음지에서 상용화된 미프진, 언제까지 불법 유통?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입력 2021.10.24 06:33
수정 2021.10.29 10:02

"자궁에 강한 수축 유발하는 약…산후 출혈·자궁 파열·자궁 외 임신 사용시 부작용 우려"

"해외서 충분히 안전성 검증받은 만큼 가교임상 면제해야…불법유통 심각, 하루빨리 도입해야"

낙태 ⓒ게티이미지뱅크

이미 오래 전부터 '미프진(Mifegyne)'이 불통 유통되고 있음을 정부 당국은 알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도입이 더딘 이유는 안전성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천천히 시간을 갖고 충분한 임상시험으로 안전성을 촘촘하게 검증해야한다는 의견과, 이미 해외에서 검증 및 연구결과가 축적된 만큼 당장 유통시켜도 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우선 안전성 자체에 대해서는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홍순철 고려대 산부인과 교수는 "콤비팩 중 '미소프로스톨'은 25~50㎍ 정도를 분만유도제로 사용하자 산후 출혈과 자궁 파열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사용이 중지됐다"며 "자궁이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강한 수축을 유발하는 약이기 때문에 도입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프진'의 국내 도입을 위한 안정성 검증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쟁점이 가교임상 과정의 필요성이다. 가교 임상은 해외에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해 허가된 의약품을 국내에 도입할 경우 인종별 약물반응 차이를 우려해 한국인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별도로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이 가교임상 문제때문에 많은 관련 전문의들이 미프진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성훈 강원대 산부인과 교수는 "지금은 '미프진' 도입을 찬반의 문제로 논의할 때가 아니고 어떻게 안전하게 들여올 수 있을지를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음지에서 상용화되는 약을 어떻게 양지의 제도권으로 가져올 수 있느냐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교수는 "다만, 현재 임신중절수술이라는 방법이 있는 만큼 하나의 옵션을 더 추가한다고 생각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임상시험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의사가 '미프진'을 복용한 환자를 관찰, 관리할 수 있게 제도를 만든 뒤 도입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부인과 전문의도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입에 앞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미프진'을 들여오게 된다면 많은 논의와 의료진의 처방·진료 하에 복용이 이뤄져야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알약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가교임상에는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무분별한 불법 유통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와 '미프진'은 이미 해외에서 오랜기간 임상 시험을 진행한 약물인 만큼 또 가교 임상을 진행하는 것은 의료인력 낭비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지난 8일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식약처는 '가교임상 면제' 가능성에 대해 "중앙약사심의위원회(식약처 법정 자문기구) 자문 결과, 가교 임상시험 면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다수 의견이 있었다"고 답했다.


김선혜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미프진'의 경우 이미 다른 나라에서 연구 결과가 오랫동안 축적된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 도입과 관련해서는 얼마나 빨리 들어오는 지가 더 중요하다"며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고 의료진과 협의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일부 의료진들이 자궁 외 임신에 사용될 경우 부작용 우려가 있어 반대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미프진'의 도입을 늦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동근 건강한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영국과 독일 등 유럽의 경우는 가교임상 문제에 대해 대단히 효율적이고 융통성이 있다"며 "과도한 임상시험은 오히려 의료인력 낭비가 발생할 수 있고 의약품 접근에 대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또 생명 윤리를 해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2000년 대에 처음 '사후피임약'을 도입할 때도 낙태가 무분별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도입하고 나서는 우려했던 변화는 생기지 않았다"며 "생명 경시에 대한 우려도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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