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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외화예금 100조 육박…수출 회복에 '미소'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1.10.13 06:00
수정 2021.10.12 14:24

무역 회복 조짐에 기업자금 확대

은행 유동성 확보 '가뭄 속 단비'

국내 5대 은행 외화예수금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의 외화예금 보유량이 최근 1년 동안에만 10조원 넘게 불어나며 1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침체에 빠졌던 글로벌 무역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의 수출 대금이 쌓이면서다.


외화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권에게 이 같은 외화예금 확대는 가뭄 속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외화예수금 잔액은 98조20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11조8586억원이나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하나은행이 확보한 외화예수금이 34조180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1.6%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역시 22조4885억원으로, 신한은행은 18조50억원으로 각각 6.8%와 19.5%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이밖에 국민은행도 17조570억원으로, 농협은행은 6조4749억원으로 각각 10.3%와 56.3%씩 외화예수금이 늘었다.


환율이 올해 들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음에도 외화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1088.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말 1130.0원으로 3.9% 상승했다.


은행 외화예금이 몸집을 불린 배경에는 기업들의 자금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 들어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 은행에 쌓이는 모습이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수출, 결제 대금의 예치 영향으로 외화예금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자금 유치 경쟁 가속 전망


코로나19 이후 외화 유동성을 관리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은행권 입장에서 늘어나는 외화예금은 반가운 소식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말 조사 대상 은행들의 평균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06.7%로 1년 새 14.2%p나 떨어졌다.


외화 LCR이 낮아졌다는 것은 외환 위험 발생을 둘러싼 은행의 대비 여력이 이전만 못해졌다는 의미다. LCR은 금융위기 시 자금인출 사태 등 심각한 유동성 악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당국의 지원 없이 30일 간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도록 대비하기 위해 정한 규제로, 수치가 낮아질수록 유동성 위기에 따른 대응 여력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외화예금을 둘러싼 은행 간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선제적인 자금 확보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어서다.


금융당국도 이전까지 월마다 이뤄져 오던 은행권의 외화 LCR 점검 기간을 올해 초부터 일 단위로 조정해 보다 촘촘하게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아울러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외화 유동성 등에 대한 자체 위험 관리 기준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달러 등 외화 안전자산을 더 확보하려는 은행권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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