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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의 교훈 그 새 잊어버렸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9.27 09:01 수정 2021.09.27 10:03

“그 회사와 아들 간의 문제일 뿐”

이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역공세의 빌미를 제공하다니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곽상도 의원이 26일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아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에 있는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이날 노컷뉴스에 보도된 때문이었다. 보도 직후에 곽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들이) 회사에서 주니까 받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 사실을 의혹 사건이 불거진 후에야 알았다면서 한 말이다.

“그 회사와 아들 간의 문제일 뿐”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는 대장동 의혹의 키맨이라는 김만배 화천대유 대표와 남욱 천화동인 4호 대표를 몇 차례 만난 적이 있고. 이들이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은 바도 있다고 밝혔다. 곽 의원의 아들은 같은 날 아버지에게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 김◯◯가 사람을 구한다는 말을 듣고 지원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내놨다.


아들에게 “생각이 있으면 한 번 알아보라”고 권할 정도였으면 ‘대박’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며, 지원할 경우 김만배 씨가 채용해 줄 것이라는 정도는 자신했을 것이다. 그랬을 양이면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도 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일 일이었다. 그런데 그는 “탈당을 고려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까지 생각 안 해봤다.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나? 이건 내 문제가 아니고 그 회사(화천대유)와 아들의 문제다”라고 회피적 자세를 보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7일 “화천대유 ‘1호 사원’이라는, 7년이나 근무했다는 곽상도 의원님 자제분에게 먼저 물어보시면 되겠다”고 반격하고 나섰을 때 ‘50억원 퇴직금’의 뇌관에 이미 불이 붙었음을 깨달았어야 했다(오랜 검사 경력자의 감이 아니라 갑남을녀의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는 “이재명 지사야말로 대장동 개발 사업의 명실상부한 주인”이라며 “입사해서 겨우 250만원 월급 받은 제 아들은 회사 직원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여론의 역풍을 자초한 셈이었다.

이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윤희숙 전 의원은 부친의 세종시 농지 투기 의혹이 국민인권위원회에 의해 지적되자 바로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를 접고 탈당과 동시에 의원직 사퇴까지 선언했다. 날카롭고 압도적인 논리성으로 정권 및 그 유력자들을 제압하다시피 했던 그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법하다(버티기로 작정했었다면야 누구도 그를 밀어내지 못했겠지만). 그게 말하자면 노블레스 오블리주, 즉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길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정치권은 물론, 몸담았던 정당조차 그를 잊은 분위기다. 도덕성·정직성을 그처럼 높은 수준으로 실천할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의 행동이 꺼려지게 마련이라는 말로 설명이 가능할까? 어쨌든 윤 전 의원은 정치동료들이 가능하면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아마도 그 때문에 경원시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그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이치가 통하는 사회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곽 의원의 경우는 많이 안타깝다. 왜 문제 파악의 명쾌함을, 비판의 예리함을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못했을까? 법을 어긴 것은 아닐 수 있다(아닐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국민의 도덕적 요구는 차원을 달리한다. 가진 것에 집착할수록 민심의 실망과 분노는 커진다.


“저는 근처에 얼씬거린 적이 없다. 인허가 관련돼서 권한을 행사한 것도 없고, 그럴 권한조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말로 수습되기엔 상황이 너무 악화됐다. 그걸 감지 못했을 리 없는 그가 잠간 동안이긴 하지만 분위기에 맞서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결국 떠밀려 당을 떠나는 모양새가 된 게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당에서 중징계할 기미가 보이자 선제적으로 탈당했을 뿐이라는 인상을 주고 말지 않았는가. 어쨌든 그가 얼씬거리지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의심 살만한 행적을 남긴 것은 사실이다.

역공세의 빌미를 제공하다니

지금이라도 당과 대선 경선 후보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을 고민하고 모색해야 한다. 판단은 그 자신의 몫이지만 의원직도 내놓는 것이 민주당과 이 지사 측의 반격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아들의 문제일 뿐”이라는 해명은 너무 군색하다. 억울하겠지만 윤 전 의원의 경우보다 훨씬 더 고약한 일에 (스스로 택한 것이든, 구조에 말려든 것이든) 연루되었음을 빨리, 그리고 분명히 깨달을 일이다. 의원직을 지킬 수는 있다. 그러나 더 이상 당당한 모습을 보이긴 어렵다.


그 정도로 끝날 일도 아니다. 탈당은 했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공세에 장애가 되기 십상이다. 대선가도에서도 계기마다 돌부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이 지사와 민주당 측은 공세로 전환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순간에 수세로 몰리는 형국이 됐다. 이 지사의 정치적 생명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고 말해진다. 게다가 선전선동에 관한한 우파는 좌파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상황반전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은 말 그대로 당력을 총동원해서 이 의혹사건의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그게 당이 사는 길이고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이 지사 측이 사생결단을 할 것이다. 국민의힘도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 전략이 없고 전투력도 없이 승리를 꿈꾸어서는 안 된다. 국민은 그런 정당과 정치인에겐 기회를 주지 않는다.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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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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