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2차 경선 세번째 방송토론
다같이 이재명 협공 '훈훈함'은 잠깐
화천대유·박근혜 놓고 치열한 공방
서로 목소리 높여 사회자 나서기도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정국 초미의 쟁점인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초반에는 화기애애하게 함께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공격하는 듯 했던 이들은 곧 화천대유와 관련해 상대 후보가 연루된 점이 없는지 서로를 찌르고 들어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 적폐수사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내달 8일 2차 예비경선에서는 당원 표심이 종전 20%에서 30%로 상향되며 최종 본경선에서는 50%까지 올라간다. 이를 염두에 두고 후보들이 책임당원들 사이에서 표심을 뒤흔들 수 있는 요소인 박 전 대통령 문제를 꺼내드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2차 예비경선에 진출한 홍준표·안상수·최재형·유승민·하태경·원희룡·황교안·윤석열(자리 배치순) 후보는 26일 오후 채널A를 통해 생중계된 3차 방송토론에서 날카로운 공격과 반격을 주고받았다.
정국 최대 쟁점인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놓고 방송토론 초반에는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이재명 지사나 연루된 관계자들이 배임이나 사후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문답을 주고받으며 함께 공격을 펼치는 '훈훈한' 분위기가 잠시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곧 분위기는 상호 공방으로 전환됐다. 홍준표 의원은 의혹의 중심에 있는 화천대유 자산관리 주식회사가 지난 2015년에 설립된 점을 들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재임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관련 범죄 첩보를 입수하지 못했느냐고 추궁했다. 윤 전 총장은 대검찰청 범죄정보과의 시스템이 이미 바뀌었다며, 1995년 검찰을 나온 홍준표 의원이 검사였을 때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맞받았다.
홍준표 "총장 때 화천대유 첩보 못 받았냐"
윤석열 "그것은 홍준표 검사할 때의 얘기"
안상수 "남욱 무죄 판결해서 이런 일 생겨"
최재형 "죄가 없는데…1심서도 무죄 판결"
판사 출신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화천대유에 곽상도 의원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강찬우 전 수원지검 검사장 등 검찰 출신들이 많이 연루됐다며, 검찰총장을 지낸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은 화천대유의 사업이 떳떳하지 못했다는 방증 같다고 비껴갔다.
윤석열 전 총장에게 공격을 가한 최재형 전 원장 본인도 경쟁 후보로부터의 공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안상수 전 인천광역시장은 화천대유의 자회사인 천화동인 4호의 이사 남욱 변호사가 지난 2010년 재판을 받을 때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한 당사자가 최 전 원장이라고 공박했다. 최 전 원장은 원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했던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유승민 "박근혜 45년 구형 잘한 일이냐"
윤석열 "구형은 양형기준표대로 했다"
유승민 "허접한 여자 崔에 한 말? 거짓말"
홍준표 "가만 있으라…탄핵은 반대 일관"
이날 방송토론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적폐수사를 둘러싸고서도 후보 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됐다. 2차 예비경선과 본경선을 향해 갈수록 책임당원 비율이 상향 조정되는 관계로 박 전 대통령 문제는 계속해서 논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관해서는 과거퇴행적인 쟁점이 부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승민 전 의원은 윤석열 전 총장을 향해 박근혜 전 대통령 구형과 사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윤 전 총장은 45년 구형은 양형기준표에 따라 기계적으로 한 일이라며, 사면에 대해서는 사견을 전제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 사이에서의 '배신자 프레임'을 둘러싼 공방도 계속됐다. 두 후보는 지난 23일 2차 방송토론 말미에 이 문제를 가지고 논쟁을 벌였는데, 이날 3차 토론에서 연장전을 이어간 셈이다.
유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홍 의원의 평가가 계속해서 바뀐다고 주장했고, 홍 의원은 그런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과정에서 홍 의원의 답을 듣던 유 전 의원이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소리 치자, 홍 의원도 발끈해서 "가만히 있어보라"고 버럭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판검사 썩었다'에 찬스까지 쓰며 설전 벌여
안상수 "범죄자가 朴 45년 구형한 것이냐"
유승민 "판검사들 더럽게 썩어…청소해야"
윤석열 "유승민도 부친이 법관 출신인데"
이날 토론 막바지로 향해가면서는 화천대유와 박 전 대통령 두 쟁점이 융합되는 모습도 보였다. 안상수 전 시장은 박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박영수 전 특검이 화천대유 고문이었다는 점을 들어,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승민 전 의원에게 물었고 유 전 의원은 박 전 특검을 비판함과 동시에 윤 전 총장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그러자 윤석열 전 총장은 아껴뒀던 '30초 찬스'까지 사용해가면서 공방에 끼어들었다. 윤 전 총장은 모든 법조인을 비리 연루자로 매도하지 말라며 법조인 집안 출신인 유 전 의원을 비판했다. 이에 유 전 의원과 안 전 시장도 반박하면서 세 후보가 모두 목소리를 높이고 흥분해서 테이블을 탁탁 내리치는 등 신경전은 정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