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호남 표심…이재명·이낙연 모두 '반쪽' 승리
입력 2021.09.26 01:09
수정 2021.09.25 23:10
이낙연, 첫 1위 했지만 '대세론' 꺾기엔 아직
이재명, '대장동 의혹' 흔들렸지만 선방 평가
양측 모두 '과반' 달성 못해…남은 경선 주목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혔던 호남 대전에서 광주·전남 표심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중 누구에게도 압도적 승리를 안겨주지 않은 채 절묘한 선택으로 마무리됐다.
이낙연 전 대표는 호남에서 첫 1위를 기록해 이재명 지사의 5연승 저지에 성공했지만, 이재명 대세론을 꺾었다고 하기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재명 지사는 호남에서 본선행 티켓을 확정 짓겠다는 구상에 차질이 생겼으나, 상대 후보의 본거지인 호남에서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남 지역 순회경선에서 최종 득표율은 이낙연 전 대표 47.12%, 이재명 지사 46.95%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격차는 불과 0.17%p(122표차)로 소수점 이내였다. 이어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4.33%, 김두관 의원 0.94%, 박용진 의원 0.66% 순이었다.
이번 광주·전남 경선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지사 모두 자신했던 '과반'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다만 누적 득표율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52.90%를 기록하며 여전히 과반을 지켰다. 이낙연 전 대표는 격차를 1.75%p 늘어난 34.21%로 집계되며 이재명 지사와의 격차를 좁혔다. 민주당 경선은 1위 후보가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면 1, 2위 후보 간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양 캠프는 모두 서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했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첫 1위'에 더 의미를 두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1%에서 시작했다가 광주에서 역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역대 민주당 경선 결과 호남에서 승리한 후보가 민주당의 최종 후보가 됐다는 '상징성'에 방점을 찍었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서는 "호남 경선에 영향을 미쳤다"며 "그간 줄곧 이재명 지사가 앞서는 분위기였는데, 의혹이 계속 나오면서 긴가민가 싶은 찜찜함이 생겼다. 아직 확 기울지는 않았지만 부울경 경선과 2차 슈퍼위크에서 확실히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경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더 큰 희망의 불씨를 발견했다"며 "제게 첫 승리를 안겨주신 광주·전남 시도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시간이 갈수록 후보들의 진면목을 점점 더 아시게 되는 것 아닌가 싶다"며 "특히 광주·전남 시도민은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아셔서 지지를 보내주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 이재명 캠프 역시 "굉장히 선방했다"고 자평했다. 캠프 소속 의원은 "대장동 의혹은 경선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원래 여론조사에서 광주·전남은 좀 불리하게 나왔는데 그에 비해선 결과가 잘 나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26일 예정된 전북 경선을 포함한 나머지 순회경선에 기대를 걸었다. 부울경과 인천·경기·서울 등 수도권 경선은 이재명 지사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곳의 당원 중에는 거의 9대1 비율로 이재명 지지자들이 많다"고도 덧붙였다.
이재명 지사 역시 경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 후보님의 정치적 본거지이기 때문에 상당히 불리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지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전북까지 개표를 하게 되면 또다른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덧붙여 한마디 드리겠다"면서 대장동 의혹을 언급했다. 이 지사는 "토건 비리 세력과 부패한 국민의힘 정치 세력이 결탁해서 공공개발을 막고 민간개발을 통해 불로소득을 누리다가 절반이나마 민관합동개발을 통해 70%에 가까운 개발이익을 환수했는데, 도둑들이 왜 도둑을 완벽히 못 막았냐는 적반하장이라는 것을 국민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거대한 불로소득을 보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실 수 있다"며 "성남시장이라는 작은 권한으로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제도적 한계 때문에 충분히 개발 이익을 환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앞으로 토지 불로소득을 국가가 환수해 되돌려주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장동 의혹으로 이재명 지사에 대한 불안감이 싹트면서 예전처럼 몰표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낙연 전 대표 역시 본인이 대안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며 "양측 모두 절반의 승리와 절반의 방어를 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제 26일 예정된 전북 경선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호남 경선 결과가 49만명이 참여하는 2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수퍼위크)와 33만명이 포진한 수도권 경선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은 경선 일정은 제주(10월1일), 부산·울산·경남(10월2일), 인천(10월3일·2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경기(10월9일), 서울(10월10일·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