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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로잡은 현대차 싼타크루즈, 국내서는 왜 안파나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1.09.26 06:00 수정 2021.09.24 13:19

픽업트럭 본산 미국과 달리 국내 시장규모 4만대 불과

국내생산체제 구축시 막대한 비용 소요…수입은 노조 동의 필요

싼타크루즈. ⓒ현대자동차 싼타크루즈.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픽업트럭 ‘싼타크루즈’가 미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현지 실적을 견인할 ‘효자 모델’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싼타크루즈는 국내 소비자들도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보였던 모델이지만, 직수입이 아니고서는 국내에서 이 차를 타보긴 힘들 전망이다. 현대차는 국내 출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싼타크루즈는 최근 미국 북서부자동차기자협회(NWAPA)가 선정하는 ‘2021 베스트 픽업트럭’에 이름을 올렸다.


효율적인 파워트레인과 과감하면서도 정교한 디자인, 기동성이 뛰어난 사륜구동 플랫폼, 첨단 커넥티비티 기술 등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게 현대차측 설명이다.


앞서 싼타크루즈는 북미 자동차 평가기관인 ‘아이씨카(iSeeCars)’가 선정하는 지난달 ‘미국에서 가장 빨리 판매된 차’ 1위에도 올랐다.


싼타크루즈가 판매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8.0일로 쉐보레 콜벳(8.3일), 메르세데스-벤츠 GLS(8.7일) 등을 앞섰다.


현대차는 지난 5월 미국에서 싼타크루즈 사전 예약을 시작했으며, 올해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예약 물량으로 확보했다. 올해 싼타크루즈 생산목표는 3만대로 추산된다.


싼타크루즈는 현대차가 픽업트럭의 본고장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한 현지 전략형 차종이다. 프레임바디 기반의 정통 픽업트럭과는 달리 준중형 SUV 투싼 플랫폼을 기반으로 탑승공간-화물칸 일체형 방식의 모노코크바디를 갖췄다.


픽업트럭 시장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현지 업체들과 정면으로 맞붙기 보다는 도심형 생활패턴과 오프로드 모두에 어울리도록 적절한 크기와 성능, 연비, 승차감, 편의사양을 갖춘 크로스오버 차종으로 차별화시킨 것이다.


싼타크루즈. ⓒ현대자동차 싼타크루즈. ⓒ현대자동차

미국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만큼 싼타크루즈를 국내 시장에 내놓을 욕심이 생길 만도 하다. 이미 비슷한 외형을 지닌 투싼이 잘 팔리고 있는데다, 콤팩트한 사이즈임에도 개방형 적재함을 갖춰 레저활동에서 활용도가 높은 싼타크루즈는 또 다른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 차를 국내에 들여올 생각이 없는 듯하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픽업트럭 시장 규모가 신차 투입에 따른 비용과 노력을 감수할 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픽업트럭은 국산차인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스포츠 칸 포함)에 한국GM이 수입해 파는 쉐보레 콜로라도, 여기에 수입차 포드 레인저와 지프 글래디에이터까지 포함해도 4만대를 넘지 못했다.


현대차가 이 시장에 뛰어들어 완전히 장악하거나, 하다못해 절반 수준의 점유율이라도 가져간다는 보장도 없다.


더구나 준중형 사이즈의 싼타크루즈는 다른 픽업트럭들과 체급에서도 차이가 난다. 모노코크 바디의 특성상 픽업트럭임에도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취득세, 자동차세 등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도 핸디캡이다. 픽업트럭이 화물차로 분류돼 세제혜택을 받으려면 프레임 바디 방식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현대차는 대부분의 차종이 월 수천 대의 판매실적을 올린다. 판매량이 1000대 미만인 경우는 수출용으로 생산하고 일부를 내수에 판매하는 차종이거나, 모델체인지가 임박해 판매가 일시적으로 저조한 일부에 불과하다. 시장 규모 자체가 월 3000여대 수준인 픽업트럭 시장에, 그것도 절대 우위를 보장할 수 상황에서 큰 비용과 노력을 투자해 신모델을 내놔봐야 큰 의미가 없다.


싼타크루즈는 이미 개발된 차종이라 별도의 개발비가 들지 않는다 해도 국내에서 생산하려면 생산라인 구축에 상당한 비용이 투입된다. 부품 공급망도 이미 미국 앨라배마공장 중심으로 구축된 것을 한국 공장까지 추가해 이원화하거나 부품을 수입해 사용하는 비효율을 감수해야 한다.


별도의 투자 없이 싼타크루즈를 국내에서 판매하려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역수입하는 수밖에 없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물류비 등을 감안하면 차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데다, 월 단위로 수요를 예측해 주문하는 방식이 불가피해 트림이나 옵션 구성에서 국내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취향에 맞추기 힘들다.


노동조합이 역수입을 동의해줄 리도 없다. 현대차와 기아는 단협 조항에 해외 공장 생산 제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려면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 가뜩이나 국내 일감이 줄어드는 것에 민감한 노조가 반대할 게 뻔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싼타크루즈는 픽업트럭이 주류 차종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모델”이라며 “시장 특성이 미국과 다른 우리나라에 싼타크루즈를 들여오는 게 적합해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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