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챕터투] ‘10K’ 키움 안우진이 키워야 할 능력
입력 2021.09.24 00:01
수정 2021.09.24 00:01
2개월 여 징계 공백 무색할 정도의 구위로 호투
선수층 얇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눈에 띄는 재능
뒤늦은 사과..프로 4년차 걸맞은 자기관리능력 키워야
징계를 마치고 논란 속에 복귀한 안우진(22·키움 히어로즈)이 탈삼진 기록을 깼다.
안우진은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2021 KBO리그’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해 52이닝 4피안타 1실점 호투, 7월6일 고척 SSG전 이후 2개월여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4승(7패).
지난 7월 안우진은 한현희와 함께 수원 원정 숙소를 무단 이탈해 서울로 이동, 호텔방에서 술판을 벌였다. 국민들이 고통을 감내하며 지켰던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명백히 위반했다.
안우진은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36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키움의 벌금 500만원 자체 징계도 있었다. 학교폭력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안우진을 향한 질타는 더욱 거셌다. 키움 홍원기 감독도 “징계를 다 받더라도 쓰지 않겠다”며 사실상 올 시즌 구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추락하는 팀 사정에 따라 안우진을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징계 전 3경기에서 0점대 평균자책점을 자랑할 만큼 좋았던 안우진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홍원기 감독은 안우진의 출전정지 징계가 끝나자마자 바로 불러올렸다. 홍 감독도 번복한 것에 대해 몇 차례 고개를 숙였다.
거센 비판을 듣고 징계 기간을 거친 안우진에게 실전 감각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2개월 이상의 공백을 가진 투수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퀄리티스타트에 아웃카운트 하나 모자랐다. 83개의 공을 던진 안우진은 최고 스피드 156㎞의 강속구를 뿌리면서 체인지업-커브-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으로 NC 방망이를 묶었다.
5타자 연속 삼진 포함 탈삼진은 무려 10개로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까지 깼다. 총 17개의 아웃카운트 가운데 10개를 혼자 잡았다. 팀의 6연패 사슬도 끊었다.
선수층이 얇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눈에 띄는 재능이다. 방역수칙 위반 직후 야구팬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던 안우진은 이날 경기 후 몇 차례나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야구팬들은 “그때는 숨고 이제야 사과한다”라며 비꼬았다.
‘프로 4년차’ 안우진의 자기관리 능력과 위기대응 능력은 다시 한 번 아쉬움을 남긴다. 안우진이 당장 키워야 할 능력은 야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