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北 미사일 언급 없이 또 '종전선언' 제안
입력 2021.09.22 07:26
수정 2021.09.22 07:26
남북 유엔 동시가입 30주년 명분…남북미중 선언 제안
남은 임기 7개월여…군비경쟁 상황 속 北 호응 미지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유엔총회 무대에서도 '종전선언' 제안을 꺼내 들었다. 올해 남북 유엔 동시가입 30주년이라는 점을 명분 삼아 절박함을 드러냈다. 다만 문 대통령의 임기가 8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 북한이 도발을 지속적으로 단행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미국과 중국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나는 오늘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주체를 명확하게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에 종전선언을 제안했지만,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 등 원론적 수준의 언급에 그친 바 있다. 평양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참여한 2018년 유엔총회에서는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만 했다.
문 대통령이 다시 종전선언 제안을 꺼내든 건, 남북 유엔 동시가입 30주년을 명분 삼아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이날 기조연설에서 남북 유엔 동시가입 30주년을 언급하며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 "남북한과 주변국들이 함께 협력할 때 한반도에 평화를 확고하게 정착시키고 동북아시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읽힌다.
또한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에서의 제안인 만큼, 다음 정부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로드맵을 계승할 수 있는 길을 닦아 놓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과 함께 2019년 유엔총회에서 밝혔던 △전쟁불용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의 세 가지 원칙을 다시 천명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최근 순항미사일에 이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우리 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으로 남북이 군비경쟁을 벌이는 듯한 모습도 연출됐다. 북한은 "미사일 전력 발사 시험의 성공을 통해 언제든지 북한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억지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한 문 대통령의 SLBM 발사 참관 당시 발언을 문제 삼아 추가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북한의 최근 도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중국이 패권 다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의문이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처음으로 언급했을 당시에도 미국 내에서 부정적 여론 확산 등으로 별다른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