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4년 DATA] 인사청문회 33번의 야당패싱…MB+朴정부 보다 많아
입력 2021.09.18 09:01
수정 2021.09.17 22:26
與 '힘의 논리'로 임명안 강행처리 반복
野 "의회독재의정수" 반발에도 무용지물
8월 30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정권이 지난 4년 동안 야당 동의 없이 임명을 밀어붙인 장관급 인사는 33명에 달한다. 이는 4년 9개월간 10명의 장관급 인사 임명을 강행했던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17명)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현 정부 들어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채 임명을 밀어붙인 사례는 24건, 여당이 인사청문 보고서를 단독으로 처리한 뒤 임명된 사례는 13건이다. 총 37건 가운데 양승동 KBS 사장의 두 차례 임명과 부총리급인 김상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례를 제외하면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33명이 된다.
마지막 기록은 지난 5월 31일 새워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단독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김오수 검찰총장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회의 개의부터 종료까지 채 3분도 걸리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속전속결로 이날 오후 5시 임명안을 재가했고, 바로 다음날 임명장을 수여했다.
산술적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한 달 보름 사이에 한 번꼴로 이 같은 패턴이 반복된 셈이다. 현 정부가 새운 '패싱 기록'은 과거 정부와 비교해도 압도적 우위다.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 등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많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아직 8개월 이상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기록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인사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공언한 '공직 배제 7대 기준'(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음주운전, 성관련 범죄)은 무너지기 일쑤였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부동산 투기 문제는 의혹을 받는 후보자가 청문회장에서 고개 숙여 사과한 것으로 넘어가고, 논문 표절은 "윤리기준이 작성되기 전이라 큰 문제 없다"며 뭉갰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의 경우 2006년 세 차례 위장전입을 했지만, 청와대는 별도의 유감 표명도 없이 임명장을 수여했다.
다수의 힘을 앞세운 거대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밀어붙이기는 해를 더할수록 노골화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5월 김오수 총장 임명 강행 당시 "거대 여당의 의회 독재를 통해 33번째 야당 패싱 임명을 단행한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불통과 독선, 오만의 상징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역대급 야당패싱 '불명예 기록'
與중진 "두고두고 지적 받을일"
잇따른 '야당 패싱'에 정치권에선 '국회 무용론',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더욱이 국무총리, 대법원장, 감사원장 등을 제외한 부처 장관은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어 인사청문회 결과 국회에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부적격 보고서를 내거나 아예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이들을 임명할 수 있다.
2000년 도입된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 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인데, 문재인 정부 들어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뒷걸음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업무 수행능력이나 도덕성에 문제가 크더라도 임명장을 쥐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임명 강행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는 고스란히 정부여당이 떠안게 된다. 인사 난맥상이 반복됨에 따라 청와대 인사검증라인에 대한 책임론도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국 주도권과 국정 장악력을 위해 민주적 절차와 여론마저 패싱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취임 초부터 강조해온 '도덕성의 기준'이 흔들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여당 한 원로 인사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 가운데 인사 문제도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야당 동의 없이 임명을 한 기록으로 보더라도 그렇다. 인사시즌 마다 '박근혜정부 보다 더하다'면서 두고두고 지적 받을 일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모든 정치적 부담과 책임은 대통령이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