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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의 탄생 ①] 육아휴직하면 사직 강요…겉으론 '자발적 퇴사' 모양새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입력 2021.09.16 05:14
수정 2021.09.15 21:05

2018~2020년 육아휴직자 34.1%, 휴직 후 퇴사…"육아휴직 불이익 가능성"

사측, 실업급여 관련 각종 불이익·부담 피하기 위해 사직 종용하면서 자발적 퇴사 유도

"복직하니 그만두라 하고 업무배제에 모욕적 언행…왜 윗사람이 여직원 싫어하는지 아나"

"'육아휴직 쓰면 복직 힘들 것, 제발 복귀마라 협박…"이제 여직원 안 뽑는다" 폭언도

퇴사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육아휴직자가 복귀 후 인사상 불이익을 받거나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불합리한 처우를 받으면서 퇴사를 결심하고 경력이 단절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퇴사도 사측이 실업급여 관련 각종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사직을 강요하면서도 겉으로는 자발적 퇴사의 모양새를 유도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런 행태는 육아휴직을 원하는 다른 근로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로 이어지면서 육아휴직의 유명무실화가 조장되고 있었다.


직장갑질119가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전체 육아휴직자 31만6431명 가운데 34.1%(10만7894명)가 복직 후 6개월이 지나야 수령할 수 있는 육아휴직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했다. 육아휴직자 3명 중 1명이 복직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직장을 구하기 힘든 시기인 만큼 자발적 퇴사보다 권고사직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이고(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한 것은), 육아휴직 불이익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많은 회사가 근로자의 육아휴직에 괘씸죄를 물어 복직한 근로자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권고사직을 권한 뒤 이를 거부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끝내 퇴사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퇴사도 실질적으로는 사직을 강요하고 종용하는 것이지만 사측이 실업급여 관련 각종 불이익과 부담을 지지않기 위해 자발적 퇴사의 모양새를 집요하게 유도하는 곳이 많았다.


직장인 여성 A씨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 첫날 회사에 출근하니 내 자리가 사라져 있었다"며 "그날 대표는 내가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갔다면서 권고사직을 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고사직을 서면으로 달라고 요청했으나 사측은 이를 계속 미뤘고 그동안 나는 빈자리에 남겨졌다. 그러던 끝에 해고예고 통보서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10년간 근무했던 회사에서도 상황은 같았다는 사례도 있었다. 직장인 여성 B씨는 "둘째가 생겨서 육아휴직을 사용했는데 복직하려고 하니 회사에서는 내게 그만두라고 했다"면서 "끝내 복직을 하니 업무 배제, 회의 배제, 컴퓨터 미부여 등을 조치했고 동료들 앞에서 내게 모욕적인 언행까지 했다. 그렇게 6개월을 버티고 버티다가 권고사직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육아휴직 후 부서가 없어져 정리해고를 당했다던 C씨는 "복직 시기가 다가오니 소속 부서가 없어졌다며 대기발령을 했고, 약 2개월간 업무를 주지 않았다"면서 "사측은 희망퇴직 및 권고사직을 지속적으로 권유했으나 오로지 복직을 원하며 내가 계속 거부하자, 결국 기존 부서가 없어져서 줄 업무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메일로 해고통보를 했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육아휴직 신청 단계부터 사측이 승진이나 징계, 해고 등의 불이익을 노골적으로 예고하며 근로자에게 철회 압박을 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인 D씨는 "육아휴직을 신청하려고 하니 면담 자리에서 '육아휴직 쓰면 너 망하게 해준다. 사람 흥하게 해주긴 어려워도 망하게 해주기는 쉽다' 등의 말로 협박을 당했다"며 "휴직하고 나서는 확인서를 한 달이 넘도록 발급해주지 않아 수당을 받지 못했다. 회사를 찾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라 메일로 확인서를 보내 달라고 했지만 직접 와서 받아가라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자녀를 키우는 여성 E씨는 "코로나 상황에서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를 챙기기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했는데 그날 상사는 나를 불러놓고 왜 윗사람들이 여직원을 싫어하는지 아느냐며 3~4개월 휴직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느냐고 했다"면서 "그래도 육아휴직을 하겠다는 의사를 굳히지 않자 복직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육아휴직을 신청한 동료 직원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망신당하는 걸 봤다는 직장인도 있었다. F씨는 "회의에서 임신한 여직원이 육아휴직 후 복귀하겠다고 하자 팀장은 한숨을 내쉬면서 '제발 오지 마라'고 말했다"면서 "이후 팀장은 회식 자리에서 이래서 여직원을 뽑으면 안 된다며 다음부터는 여직원을 절대 안 뽑을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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