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존재 몰라, 성욕도 없다" 현실판 타잔의 안타까운 사망
입력 2021.09.11 09:51
수정 2021.09.11 02:08
베트남의 한 정글에 41년 동안 고립돼 여성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았던 '현실판 타잔' 호반랑이 문명사회로 돌아온 지 8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지난 9일 더 선 등 외신에 따르면 2013년에 처음으로 문명을 접한 호반랑은 불면증과 향수병으로 정글을 그리워하다 5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의 아버지 호반탄(85)은 지난 1972년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공습을 피해 두 아들과 정글로 들어갔다. 세 사람은 깊은 숲속에서 문명과 동떨어진 채 과일과, 꿀, 생물을 먹거나 사냥 등을 통해 먹을거리를 구하고 대피소를 지어 그곳에서 41년 동안 고립된 채 생활했다.
그러던 중 랑은 지난 2013년 지역 당국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그는 불혹이 넘었음에도 여성의 존재를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지켜봐 온 사진작가 세레조는 "랑은 성적 욕구가 없는 것 같으며 여성에게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며 "랑은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순수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랑도 여성에 대해 "아버지가 여성에 관해 설명한 적이 없었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문명사회로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난 뒤 랑은 불면증과 두통을 호소하며 정글로 다시 돌아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는 정글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그와 가족을 마을에 정착시켰다.
이후 지난 2017년 아버지가 고령으로 숨지자 랑은 마을 끝 산자락에 홀로 움막을 짓고 살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가슴과 복부 통증을 호소했고 간암 판정을 받았다.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던 랑은 결국 지난 5일 가족들의 마지막 배웅 속에서 숨을 거뒀다. 그의 동생은 "형은 평생 그리워하던 정글에 대한 향수병을 이제야 멈추고, 아빠를 만나러 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