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오토바이 엑셀 당겨 사고 낸 할아버지, 반전 내막 있었다
입력 2021.09.03 15:19
수정 2021.09.03 15:57
한 할아버지가 정차 중인 오토바이의 스로틀(조종사가 원하는 동력 또는 추력을 얻는 조종 장치)을 당겨 사고가 났다는 제보에 할아버지의 아들이 해명에 나섰다. 아들은 "오토바이가 흔들거려 아버지가 도움을 주다가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모르는 할아버지가 갑자기 오토바이 엑셀 당긴 사고… 그 사건에는 우리가 몰랐던 진실이 있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한 변호사는 해당 사건을 다룬 전날의 영상을 내렸다고 밝혔다. 영상 속 할아버지의 아들로부터 장문의 이메일과 전화가 왔기 때문.
전날의 영상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26일 경기도 수원시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자신을 23살 소년가장이라고 밝힌 배달기사 A씨는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오토바이 짐칸에 싣고 있었는데, 이때 한 할아버지가 오토바이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스로틀을 당긴 것.
A씨는 놀라며 오토바이를 붙잡았지만, 오토바이는 그대로 질주해 전방에 주차된 차량 후면을 들이받았다. 다행히도 이 과정을 전부 목격한 사고 차량 차주는 "오래된 차라 괜찮다"며 별도의 수리를 요구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할아버지는 "이까짓 오토바이 몇 푼이나 한다고"라며 황당한 발언을 했고, 그의 아들은 사고 이후 A씨에게 전화해 "아버지가 심장이 안 좋은 분이라 많이 놀라셨으니 대인 접수를 해달라"는 태도를 보였다고.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할아버지의 단순한 실수라면 과실손괴죄로 처벌하지 않지만 (스로틀을) 당기면 오토바이가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이라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재물손괴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할아버지가 제보자(배달기사)에게 100% 손해배상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상 공개 후 할아버지에게 비난 쏟아져
해명 나선 아들 "악의적 영상"
영상이 공개된 후 할아버지 아들 B씨는 한 변호사 측에 "너무 악의적으로 영상이 나와서 많이 속상하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B씨는 "(사건 직전) 저희는 건물 왼쪽에 순댓국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아버지가 속이 안 좋으시다고 해서 잠시 바람 쐬러 나오셨는데 앞에 오토바이가 있었다"며 "앞에 잘린 (CCTV) 영상을 보면 오토바이 뒤에 (배달기사가) 음식 같은 걸 올리는 과정에서 오토바이가 많이 흔들리고 중심을 잃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손자 같은 애가 오토바이 중심을 못 잡는 것 같아서 지켜보다가 안타까워 오토바이를 잡아주다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며 "오토바이 운전자가 20대 초반이었는데, 사고가 나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한테 반말로 화를 내고 있었다. 나중에 저하고 통화하면서 자기가 욱하는 성격에 반말하고 욕을 했다며 사과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실 아버지가 심장이 안 좋으셔서 그날 그 친구의 욕과 반말에 많이 힘들어하셨다"고 토로하며 "(배달기사가) 열심히 살려는 어린 친구라 저희가 돈을 주는 게 맞겠다 싶어서 오토바이 운전자한테 요구하는 걸 말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B씨는 "(처음에) 배달기사는 '오토바이에 손상이 없다'고 말했다"며 "(처음에 나온) 보험 얘기는 그 친구가 (다른 차량과) 부딪힌 얘기였다"고 설명했다. B씨는 배달기사가 보험 처리를 서투르게 진행하자 보험처리를 할 수 있게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그는 사건 발생 사흘 뒤 경찰서 연락을 받고 CCTV 영상을 봤다고 밝혔다. 직후 배달기사와 이야기를 한 뒤 합의하고 끝내려 했으나 오토바이 수리비를 번복하는 배달기사에 믿음이 가지 않았고, 배달기사가 민사 소송을 한다기에 그렇게 해결하자고 한게 마지막으로 나눈 이야기라고.
B씨는 "그 친구가 오토바이를 고치게 150만원을 달라고 하더라. 그다음엔 180만원을 얘기했다"며 "견적서를 달라고 하니까 가견적이라 정확하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배달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배달기사는 "도와주려고 하시려는 건 줄 몰랐다"며 "어제 할아버지 아들분하고 얘기하면서 알게됐고, 이제는 악감정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저를 도와주려는 분한테 수리비를 받기가 좀 그래서 라이트 깨진 거 20만 원만 받았다"며 "17만 원 들여 핸들을 대충 고쳤다"고도 했다.
이후 아들 B씨는 이 내용이 담긴 영상 댓글에 아들은 "다행히 오토바이 학생과 원만히 해결점을 찾았다"며 "그 오토바이 학생도 그렇고 저도 이번 사건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또 "특히 저희 아버지는 전문 사기꾼처럼 뉴스까지 나와서 심적으로 많이 괴롭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이상의 안 좋은 댓글은 오토바이 학생과 저한테 상처가 되니 자제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도와주다가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물어줘야 한다"면서도 "법원에서도 좋은 마음으로 그랬으면 손해배상을 조정할 수 있다. 저 같아도 오토바이 흔들릴 때 잡아줄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