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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충격' LG화학, 3Q 영업익 1조 미달하나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1.08.30 13:06 수정 2021.08.30 14:18

1·2차 볼트 리콜로 2조원대 비용 발생…GM-LG 분담 금액 '관건'

리콜 규모 늘어나면서 LG 3Q 충당금 더 쌓을 듯…영업익 축소 불가피

볼트 이어 폭스바겐 ID.3 모델에서도 화재…"車업계와 장기협력 시험대"

쉐보레 볼트 EUV. ⓒ한국GM

미국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볼트 리콜 규모가 2조원대로 늘어나면서 불똥이 LG화학에 옮겨붙는 모양새다.


GM이 이번 리콜에 대해 '배터리셀' 제조 결함을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LG는 수 천억원의 충당금 설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2분기 사상 최대 실적(2조2308억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LG화학은 이번 악재로 3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GM은 약 10억달러(1조1835억원)를 투입해 쉐보레 볼트EV 7만3000대를 추가 리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리콜 대상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팔린 2019~2022년형 모델이다.


볼트 리콜을 GM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GM은 전기차 화재 사고로 2017∼2019년식 볼트 EV에 대해 리콜을 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결함을 고쳤다.


그런데도 미국 조지아주와 버몬트주 등에서 볼트EV 화재가 연달아 발생하자, GM은 결국 리콜 범위를 신형 볼트EUV와 볼트EV 전 모델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전체 리콜 규모는 14만2000여 대로 늘었다.


해당 차량의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배터리 셀을 LG전자가 모듈화해 GM 측에 납품한 것이다. 리콜 추산 비용은 약 10억 달러로, 앞서 진행한 리콜 비용(8억 달러)과 합산하면 2조1245억원에 달한다.


리콜 비용이 2조원대로 확대되면서 배터리를 공급한 LG의 부담도 함께 커졌다. 앞서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분기 볼트 EV 리콜 충당금으로 총 3256억원을 반영했다. 1차 리콜 비용 8억달러(9410억원) 중 LG전자가 2346억원, LG에너지솔루션이 910억원을 각각 반영한 것이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충당금 반영 당시 "향후 진행되는 리콜경과 및 원인규명 결과에 따라 이 충당금 규모는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충당금이 이 보다 줄거나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1차 리콜 비용( 9410억원) 중 35%인 3256억원을 LG가 충당금으로 쌓은 것으로 미루어, 2차 비용(1조1835억원)도 같은 비율로 부담하게 될 경우 LG는 4142억원을 또 쌓아야 한다.


업계는 LG의 부담액이 이 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리콜 범위가 사실상 전체 볼트 차종으로 확대됐고, GM이 화재 원인을 배터리셀 제조 결함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GM은 리콜을 발표하며 "배터리셀에 음극 탭 결함 및 분리막 접힘 등 희귀한 2가지 제조 결함이 동시에 존재할 가능성이 발견된다"고 했다. GM은 '배터리셀 제조결함'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배터리 제조사에 원인이 있다고 판단했다.


코나EV. ⓒ현대자동차

현대차 코나EV 리콜도 이 같은 맥락으로 진행됐다. 코나 리콜 비용 합의 당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분담 비율은 각각 30%, 70%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책임(배터리셀 불량)이 현대차의 책임(BMS 오류, 과충전) 보다 컸다고 본 것이다.


코나 사례가 GM 리콜에서도 반영되면 LG는 2조1245억원 중 앞서 반영한 3256억원을 제외한 1조1616억원을 더 쌓아야 한다. 모듈을 제작한 LG전자가 충당금을 더 반영하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은 약 3000억원의 부담을 져야 한다.


만일 LG에너지솔루션이 GM과의 합의를 거쳐 수 천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게될 경우, 3분기 영업흑자는 멀어진다.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2000~3000억원 수준이다.


2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던 LG화학 역시 배터리 악재로 1조원 미만으로 실적이 곤두박질 칠 수 있다. 현재 LG화학의 3분기 평균 컨센서스(추정치)는 1조2947억원이지만, 하이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이 982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진단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대규모 리콜사건 반복은 향후 LG에너지솔루션의 충당금 상향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구조적인 비용상승 요인이 될 수 있어 중장기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추가적인 충당부채 인식 여부 및 규모에 대해서는 (GM·LG에너지솔루션·LG전자) 3사 공동 조사의 진행 상황에 따라 추후 정해질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3사는 리콜 제품에 대한 상세 분석 및 다양한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으며, 제품 이상 여부를 빠르게 파악하고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 시스템도 추가적으로 개발해 곧 적용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문제는 GM 뿐 볼트 뿐 아니라 폭스바겐 ID.3으로도 확산되며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드EVs 등 외신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그로닝겐(Groningen)시에서 폭스바겐 ID.3 모델에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차량엔 LG에너지솔루션이 제조한 배터리가 탑재됐다.


CES 2021에서 기조연설 중인 GM CEO 메리 바라(Mary Barra).ⓒ한국GM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은 "차량 및 화재 발생 정황을 면밀히 조사한 후에야 원인에 대한 성명을 낼 수 있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이슈가 글로벌 OEM으로 옮겨붙으면서 업계는 LG-글로벌 완성차업체와의 신뢰 문제가 새롭게 대두됐다고 진단한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몇 달새 발생한 화재사고에 탑재된 배터리는 중국(코나), 오창(볼트), 폴란드(ID.3)에서 생산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전 공장에서 문제가 우려되는 제품이 생산된 만큼 귀책 부담 증가가 예상되며, 생산기술과 공정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해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GM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메리 배라가 LG에너지솔루션과의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문제는 완만히 해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배라 CEO는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배터리 결함은 쉐보레 볼트 EV에만 국한되는 것"이라며"GM의 새로운 얼티엄 배터리 플랫폼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배터리 이슈에 따른 원인 규명 및 해결 방안에 따라 LG와 해외 완성차업체들과의 장기 협력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리콜이 글로벌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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