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부 맞은 男의 정당방위?"…'마포 데이트폭력' 풀영상에 엇갈린 여론
입력 2021.08.29 08:59
수정 2021.08.29 09:07
연인의 폭행으로 숨진 황예진(26)씨의 유족이 가해자를 살인죄로 처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방송을 통해 가해자가 황씨를 두 차례나 피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지난 28일 커뮤니티와 SNS에는 황씨의 사망 사건을 '상해치사'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 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상해치사를 주장한 네티즌은 모두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해자를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처벌하려면 살인을 하려는 적극적 고의 또는 '죽을 수도 있으나 상관하지 않는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야 하는데,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가해자가 황씨를 피하려고 하는데도, 황씨는 뒤쫓아와 먼저 주먹을 휘둘렀다"며 "가해자가 살인을 저지를 생각이었다면 황씨를 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27일 방송된 '궁금한이야기y'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궁금한이야기y'에 따르면 가해자는 지난달 25일 새벽 2시 40분쯤 황씨의 오피스텔을 빠져나왔다. 이전에 다툼이 있었던 듯 황씨가 가해자를 쫓아 나왔고, 둘은 한동안 언쟁을 벌였다. 황씨는 가해자가 자리를 피하려고 하자, 뒤쫓아와 가해자의 머리를 때렸다. 이후 가해자는 황씨를 벽에 십여 차례 강하게 밀쳤고, 황씨는 맥없이 쓰러졌다.
가해자는 황씨가 쓰러지자 자리를 떴다. 다만 황씨는 다시 쫓아와 가해자의 머리를 한 번 더 가격했다. 격양된 가해자는 황씨를 쓰러뜨려 머리와 몸 등을 때렸다. 그는 소란을 듣고 나온 주민의 제지에 폭행을 멈췄으나, 황씨와 함께 오피스텔로 돌아가면서 세번째 다툼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CCTV에는 가해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황씨를 옮겨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것만 포착됐다.
상해치사를 주장한 글에 대한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다툼을 피하려던 가해자에게 살인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의견과 완력 차이에도 폭행을 계속한 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는 반박이 이어졌다.
현재 가해자는 살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궁금한이야기Y'에 "솔직히 무섭다. 이렇게 돼서 처음이라서, (황씨의) 부모님을 뵙고는 싶은데 너무 무섭다"며 "저는 그렇게 때린 거 아니다. 갑자기 애가 쓰러졌는데 이해가 안 된다. 다 안 믿을 거 아는데 억울하기도 하지만 그냥 솔직히 예진이한테 못 해준 게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반면 황씨의 모친은 가해자가 119에 전화해 "황씨가 술에 취해 쓰러졌다"고 거짓말한 것을 강조하며 "살인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국민청원을 통해 "폭행을 한 남자친구는 운동을 즐겨 하고 수상 인명 구조요원 자격증이 있는 건장한 청년"이라며 "그런데도 쓰러진 딸을 일부러 방치하다 '술에 취해 넘어졌다'며 거짓 신고를 했고, 살인 의도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살인의 고의성을 아직 확정하기 어렵다며, 상해치사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법원은 지난달 27일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에 대해 '증거 인멸·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다만 경찰은 피해자가 사망하면서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증거물에 대한 감정을 의뢰하고, 의료진에게도 공식 소견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살인죄와 상해치사죄는 형량이 다르다.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상해치사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잔혹한 범행 수법'과 '어리고 취약한 피해자' 등 '특별 가중 요소'가 있으면 형량을 50% 가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