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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블랙위도우'가 흔든 할리우드 극장·OTT 동시 상영 …판도 바뀔까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8.26 13:05
수정 2021.08.26 13:06

디즈니, 스칼렛 요한슨이 제기한 소송 중재 요청→거절 당해 법적 다툼 장기화 전망

코로나19 장기화로 전 세계 영화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인 할리우드 역시 블록버스터 대부분 제작이 중단되고 개봉이 연기되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맞닥뜨렸다. 이에 배급·제작사들은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월트디즈니는 자체 동영상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하고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고, 이를 통해 영화 구독 서비스 외에도 신규 영화를 개봉 45일 만에 공개하고 각각 3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유니버설 픽처스는 미국 최대 영화관 업체인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와 극장 독점 기간을 종전 90일에서 17일로 단축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워너 브라더스는 자회사 OTT HBO 맥스에 신작을 공개한다. 파라마운트 픽쳐스는 훌루·넷플릭스·아마존 프라임 등에도 자사 영화를 판매하고 미국 방송사 CBS와 합작한 파라마운트 플러스에는 개봉한지 30~45일이 지난 신작 영화를 공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에서 영화관 관람 대폭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각자의 각개전투로 이들은 콘텐츠 서비스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극장·OTT 동시 상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현재 영화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감독 및 배우들이 전날까지만 해도 최고의 영화 스튜디오와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잠들었다가 다음날 일어나 자신들이 최악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2021년 신작을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맥스를 통해 극장과 동시 공개하기로 한 워너 브러더스의 선택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실제로 동시 상영으로 인해 손해를 봤다며 스칼렛 요한슨이 디즈니에 불만을 터뜨렸다. 스칼렛 요한슨은 디즈니가 극장 개봉 계약을 위반하고 '블랙 위도우'를 극장과 자사 OTT 디즈니플러스에 동시 공개해 약 5천만 달러(한화 약 572억 원)의 손해를 봤다며 미국 LA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스칼렛 요한슨 측은 "디즈니가 구독자를 늘리고 회사 주가를 높이기 위해 코로나19를 빌미로 '블랙위도우'를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했다"는 주장이다. 스칼렛 요한슨이 제기한 소송은 할리우드를 흔들었다. 실제로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올해 개봉작 '크루엘라' 출연 배우 엠마 스톤과 '정글 크루즈' 출연 배우 에밀리 블런트도 같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칼렛 요한슨 소식이 전해지자 디즈니는 공개 방식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이후 디즈니는 도쿄올림픽 기간 방송된 마블 신작 '이터널스' TV 광고에서 "오직 극장에서만 11월 5일"이라고 표시해 '이터널스'가 극장에서만 개봉할 것임을 강조했다. 현지 매체들도 디즈니가 개봉 예정작들을 디즈니플러스에 동시 공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와함께 극장 OTT 동시 공개 시스템을 도입한 대형 배급사의 개봉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도 지켜보고 있다.


동시 공개로 인한 잡음과 출혈은 디즈니만의 문제는 아니다. 북미에서 지난 8월 20일 개봉한 워너브러더스의 영화 '레미니센스'는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7위로 등장하며 힘을 쓰지 못했다. 6800만달러(23억 3720만 원)한화 794억 6480만 원)러의 제작비가 든 '레미니센스'가 개봉 첫 주 거둔 수익은 200만 달러에 그쳤다. 할리우드리포터는 '레미니센스' 첫 주 박스오피스 스코어 소식을 전하며 "세간의 이목을 끄는 출연진에도 불구하고 침몰하고 있다"면서 혹평과 더불어 HBO 맥스에서 동시 공개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할리우드의 극장 OTT 동시 상영 방식으로 국내 영화 관계자들도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다. 앞서 국내에서도 CJ ENM이 극장과 OTT 상생 대안으로 영화 '서복'과 '미드나이트'를 자사 OTT 티빙에서 동시 상영했다. 티빙이 조회 수 비공개를 방침으로 삼고 있어 OTT에서의 성과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극장에서는 '서복'이 35만 여명, '미드나이트'가 10만 여명이 관람했다. 아직 인상에 남을 만한 결과를 내진 못한 상황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이번 소송으로 인해 할리우드는 배우들의 인센티브 계약 과정에서 수정을 하거나 상영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에는 아직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아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 애초에 배급·제작·배우 입장에서 다 합의해서 최선의 입장을 반영해 도출한 결과물을 내놓는다"라면서도 "이번 '블랙 위도우' 소송은 누구 하나 손해를 봤기 때문에 잡음이 들리는 것이다. 총 수익을 키우는 목적 아래 각자 판단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해 관계를 더욱 확고하게 피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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